한국에서 이미 진가를 발휘한 '히딩크 효과'가 영국에서 새삼 주목받으면서 '인터림 매니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러시아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히딩크는 지난 2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챌시 감독으로 선임됐다. 챌시가 맥빠진 경기를 펼치며 팬들의 실망을 자아내고 있던 때로 히딩크가 구원 투수로 투입된 것이다.
불과 두 달새 침체돼 있던 선수들은 활력을 되찾았고 임기를 한달여 앞둔 최근 숙적 리버풀을 꺾으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경기가 있던 날 한 기자는 "히딩크 효과는 마법에 가깝다"며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인터림 매니저의 역할도 다르지 않다. 기업이 위기에 몰렸을 때 외부에서 투입돼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해 직접 시행하는 게 인터림 매니저의 임무다. 그런 만큼 인터림 매니저는 신선한 사고를 통해 새로운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하고 피곤에 지쳐 생기를 잃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의미에서 낯선 지도법에 대한 비판을 뚫고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 반열에 올려 놓은 히딩크는 훌륭한 인터림 매니저로 손색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는 기존 임원이나 경영 컨설턴트보다는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인터림 매니저를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내부 임원은 시야가 좁고 일반 컨설턴트는 대책을 제시하고 떠나버리지만 인터림 매니저는 잠시지만 기업의 일원이 돼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40~50대의 베테랑인 경우가 많아 기업이 처한 문제를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기업에 인터림 매니저를 소개하는 용역업체 앨리움의 닉 로비슨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인터림 매니저를 기용해 얻을 수 있는 효과로 신속성과 객관성을 꼽았다. 인터림 매니저는 새로운 상황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경력을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헛되이 때우거나 사내 정치에 휘말릴 일이 없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캣피쉬솔루션스의 앤톤 피쉬맨 이사는 인터림 매니저가 잔류하는 경우는 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는 인터림 매니저의 다양한 경험이 오히려 과거에 대한 집착을 불러 잘못된 판단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사고와 문제 처리 방식이 경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신문은 '전에 다 다뤄본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인터림 매니저를 경계하라고 지적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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