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불발된 개정안은 오는 9~10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처리키로 했다.
금융위기 발생 뒤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의 역할론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된 개정안은 한은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고 제한적인 직접조사권 부여를 담고 있었다. 이에 정무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감독 당국은 통합금융감독 기구가 있는 현행 감독 체계에 맞지 않으며 감독업무가 중복돼 피감기관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우리나라처럼 통합 감독기구가 설치된 국가에서 중앙은행이 공동검사권을 가진 사례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재정위에서 "중앙은행과 정부의 관계가 첨예한 대립이나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은법 개정에)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같이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자 재정위는 관계 기관 간 이견을 조율해 오는 9~10월 정기국회 때 한은법 개정을 처리키로 했다. 정기국회 전까지 한은법 개정은 전반적인 감독체계 개편과 맞물려 재논의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이나 총리실 직속으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올해 정기국회까지 감독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정책과 감독, 집행 업무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으로 분산돼 있어 금융시장의 현안에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야당에서는 경제부총리를 부활시켜 재정부가 국내외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은에 제한적이나마 직접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감독체계 개편 논의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내용도 관계 기관의 입장을 반영해 일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위 법안심사소위의 김종률 위원장은 "한은이 지급결제 참가기관에 대한 서면.실지조사를 하도록 규정하는 부분에 대해 재정부와 금감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제외하고 시행 시기를 법 공포 이후가 아니라 내년 1월로 늦추는 방안을 제출하겠다"며 수정안을 제안했다.
윤증현 장관은 "(한은법을 포함한 금융감독 체계 관련 법안을) 정기국회 때까지 내겠다"고 밝혔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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