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추경..경기불씨 살릴까

정부, 민생·고용·경기 올인

국회가 24일 확정한 28조4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일자리를 지키고 사회안전망을 펼쳐 한계 계층과 기업을 돕는 동시에 꺼져가는 경기의 불씨를 살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돼지인플루엔자(SI)까지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제 회복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부 목표대로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전대미문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1년새 나랏빚이 60조원 가까이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바라보게 되면서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난제와도 맞서야 한다.

◇ 정부안서 5천액 줄어...공공근로 축소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세입 보전 11조2000억원, 지출 증액 17조7000억원 등 모두 28조9000억원이었지만 이날 의결된 추경예산은 지출 측면에서 감액 1조9800억원, 증액 1조4700억원이 이뤄지면서 17조2000억원으로 수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총지출 규모는 기존 예산을 합쳐 302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사업별로 보면 애초 4조2000억원 규모였던 저소득층 생활안정 분야는 골격을 유지했지만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자 가운데 일정 재산을 가진 20만가구를 대상으로 1300억원으로 잡았던 재산담보부 융자사업이 절반 가량 감액됐다.

하지만 차상위 저소득층 대학생에 대한 무상 장학금 지원을 위해 700억원, 소득3분위에 속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등록금 무이자 대출을 위해 250억원이 증액됐다. 교육 분야 지원액이 애초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모두 3조5000억원이 잡혀있던 고용 안정 분야에서는 이번 추경의 최대 사업이었던 2조원 규모의 희망근로프로젝트가 6670억원이나 깎였다. 40만명이었던 대상 인원이 수요조사 결과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돼 25만명으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사회보험료 감면에 1185억원이 편성됐다. 또 돼지 인플루엔자(SI)에 대응하기 위한 833억원이 막판에 반영됐다.

◇ 다목적 추경..플러스 성장 엿본다

이번 추경안에는 민생을 안정시키고 일자리를 만들며 이를 통해 경기까지 띄워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보겠다는 정부의 욕심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적시성(Timely), 집중성(Targeted), 한시성(Temporary) 등 이른바 '3T 전략'을 바탕으로 추경예산을 짰다. 적기에 조기 집행이 가능하고 경기회복 및 일자리 창출 지향적이며 한시적인 사업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만 직접고용 효과는 희망근로프로젝트 대상인원이 크게 줄면서 애초 기대했던 연간 기준 28만명에는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출·중소기업 지원과 4대강 등 미래대비 투자를 통해 4만~7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물론 정부가 예산 조기집행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며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한 추경예산까지 풀리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는 우리 경제에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이미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를 기록하며 플러스로 전환된 상황에서 현금이 투입될 경우 소비심리 호전과 맞물려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추경 예산이 없을 경우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했던 -2%에 비해 0.7%포인트 추가 하락하겠지만 추경이 0.8%포인트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4분기부터는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내년이나 돼야 기운을 차릴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SI까지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제 회복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낙관은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국내에서도 일부 생산지표의 호전 조짐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설비투자는 여전히 큰 낙폭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기 하강 속도가 조금 완화되고 있을 뿐 경기 하강이라는 방향성은 그대로"라며 "현 상황에서 낙관적 진단을 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 과제 산적..재정건전성 '비상'

하지만 재정은 28조4000억원을 조달해야 하는 이번 추경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36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는 366조원을 웃돌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 육박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38.5%가 미국 62.8%, 일본 170.3%, 영국 65.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5.4% 등보다 양호하고 우리의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인 -2.4%도 미국 -12%, 일본 -7.1%, 영국 -7.2%, OECD 평균 -6.2%보다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재정의 악화는 더 심각하다. 경기 침체로 지방세수는 물론 교부세까지 2조2000억원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심의과정에서 지방채 인수를 위한 공공자금관리기금을 8000억원 증액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내년 예산을 짤 때 강력한 세출 및 세입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성과가 낮은 사업은 축소 또는 폐지하고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윤증현 장관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세출구조조정 등을 적극 추진해 위기극복 이후에는 국가채무수준이 안정적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제가 회복되면 재정을 빠듯하게 운용해 부채를 줄여나가겠다는 뜻이다.

불합리한 비과세 및 감면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음성·탈루 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해 세입기반도 다질 계획이다.

아울러 예산의 조기 집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누수 방지책 마련이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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