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나 정치의 갈등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종교의 갈등이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종교 간의 갈등은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한 상황으로 치닫는 단초가 된 경우를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고도(古都) 톨레도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갈등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마무리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드리드로 스페인의 수도가 옮겨가기 전에 수도였던 톨레도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지만,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 ‘세 가지 문화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오랜 세월동안 공존해 오면서, 각각의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하나로 융화되어 특수한 문화를 형성해 온 곳으로 유명하다.
1987년 10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 유산도시로 지정되기도 한 이 도시는 좁고 복잡한 거리들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톨레도의 장구한 역사를 통해 형성된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도시에 발을 내딛는 순간 무데하르(기독교 통치하의 이슬람예술)와 고딕풍의 기독교교회, 이슬람교의 사원, 서고트와 로마시대의 건물, 유대교회와 르네상스 시대의 저택 등 다양한 시대의 문화유산에 겹겹이 싸인 톨레도 문화의 향기에 질식될 것이다.
톨레도는 매력 넘치는 골목이 많아 골목 탐험 여행을 즐기기 충분하다. 앞 사람의 등만 보며 좁은 골목을 걸어 올라가면 갑자기 광장이 나타나고 그 뒤로 거대한 성당이 위엄 있게 서 있다. 높은 담에 가려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걷다보면 어느새 회교풍의 사원이 불쑥 나선다. 이처럼 다양한 시대의 산물인 건축물을 찾아다니다보면 하루가 정말 짧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만약 톨레도에서 단 하루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에는 어떻게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할까?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빼놓아서는 안 될 핵심적인 곳만 추려서 돌아보면 된다. 꼭 가보아야 할 곳은 소코 도베르 광장, 알 카사르, 대성당, 엘 그레코의 집 등이다. 소코 도베르 광장은 톨레도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중요한 광장. 대성당은 스페인에 있는 카톨릭 성당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곳이다. 이곳을 완벽하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톨레도 여행을 절반 정도 성공한 셈이다.
어느 곳을 찾아가더라도 나중에서는 대성당이나 알 카사르 부근 광장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어김없이 레스토랑과 기념품 숍들이 모여 있다. 이 광장의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이나 맥주 한 잔 마시는 여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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