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에 도입된 국민건강보험은 많은 어려움을 거쳐 30년의 긴 터널을 지나왔고 짧게는 또 다른 30년을 전 국민의 건강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세상만사가 서로 같은 영역에서 공존하기 힘들듯이 민간보험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간의 역할이 어떠한 방식으로 설정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와 관련해서 많은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그 중 중요한 문제는 다음의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민간의료보험 자기부담금 설정의 문제이다. 손보사에서 판매하는 실손형 개인의료보험 상품은 환자 본인부담금을 모두 보장하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상품의 판매가 적절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민간의료보험 본인부담금 설정추진에 대하여 손해보험업계는 “민영보험 활성화와 배치되는 반(反)시장 정책”이라는 논거를 펴고 있다. 두 번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보유한 개인의 질병정보를 금융위원회에 제공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제162조2)문제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급증하는 보험사기에 대한 조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공단 등에 대하여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쟁점은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사회적 관리․감독의 문제다. 민간의료보험은 연간 11조원(공보험의 42%)에 이르는 막대한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건강과 질병’을 다루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기전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먼저 민간의료보험 본인부담금 설정의 문제를 살펴보자. 국민건강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제도는 의료이용에 있어서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2006년 10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개인의료보험이 지나친 특약보장으로 과잉진료를 유발,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해친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만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불필요한 의료이용 증대로 인한 의료비 상승분을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전 국민 모두가 보험료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의료보험의 보장한도는 반드시 일정 수준 제한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공단이 보유한 개인질병정보제공의 문제이다.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질병자료는 개인의 가장 민감한 정보로 이를 다른 기관에 제공 시 개인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10조 3항)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 외국은 국민의 건강 및 질병 등 관련 의료정보를 대하여 매우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보험사기를 조사하기 위해서라면 보험업법 개정 없이도 기존 검찰청이나 경찰청에 의해 얼마든지 금융사기 조사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개인질병제공 문제는 공보험인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역할 설정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별도의 논의조차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된다. 향후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역할 설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개인질병 제공 문제는 더 이상 쟁점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실손형 상품에 대한 본인부담금 설정이외에도 소비자보호를 위해서 무분별한 상품의 난립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사실상 제약받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상품표준화, 약관표준화, 노약자 및 장애인등에 대한 가입개방, 허위과장광고 금지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이 가입되어있는 우리나라의 최후의 의료보장제도이다. 따라서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합리적인 역할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공단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문제는 국민건강권을 관리하는 국민건강시장의 총괄 보호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큰 틀에서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가 국가에, 작은 틀에서는 국민건강보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한 검토와 분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어떤 다른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보험 시장확대가 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실손형 의료보험상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역할을 공단이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단이 개인의료보험 ‘표준약관제정위원회(가칭)’에 참여하고, 질병보장범위, 도덕적 해이 방지, 역 선택·순 선택 등 건강보험정책전반에 대한 역할 정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가입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 할 수 있는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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