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산일정 속단 우려···대응책 마련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 감염 여파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자 정부가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비축과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부랴부랴 나서면서 백신의 안정적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과 영국 등 12개 국가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백신은 생산하는 국가보다 필요로 하는 국가가 훨씬 많아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백신확보를 보장 받을 수 없다.
백신은 다른 의약품과 달리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일일이 접종한 후 이를 배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릴 수도 없는 만큼 백신의 안정적 확보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선진국(전 인구의 20~30% 비축)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현재 250만명분(전 인구의 5%)을 비축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플루 사태 확산 이후 항바이러스제 비축분을 총인구의 10% 수준인 500만명 분과 신종플루 백신 650만명 분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종플루 백신 생산이 가능한 녹십자 화순공장은 연간 2000만 도스(주사 1회 분량)의 생산수준이다. 화순공장측은 “1년 내내 백신 공급이 필요한 위기상황에서는 4000만 도스까지 생산할 수 있고 현재의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면 신종플루 백신 생산 체제도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연말까지 신종플루 백신 650만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시설의 생산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를 부화 직전의 달걀에 주입한 후 인공 배양해 제조하는 백신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달걀 1개에서 몇 인분의 백신이 나올지, 그리고 백신이 제대로 배양될지도 확실치 않다며 생산일정을 속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백신을 생산한다고 해도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임상시험을 모두 마치고 제품을 내놓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상태로라면 신종플루는 스페인 독감 때처럼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잠시 주춤하는 듯 했다가 가을에 2차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하지만 2차 유행 때까지 6개월을 고비로 생각했을 때 임상시험을 거쳐 제대로 된 백신을 만들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백신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적 재난 대비책의 하나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한 차원 높은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리처드 베서 소장대행은 지난4일 “바이러스가 앞으로 몇 달 동안 계속 변화할 것이므로 백신 대량생산의 의미가 없다”며 “매년 다음 시즌에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독감을 퇴치할 백신생산을 위해 변종을 선택하는 것이 주요 절차 중 하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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