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의 외환유동성 비율이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개선되면서 정부의 은행 자본수혈도 일단 보류 상태에 들어갔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본확충펀드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12조원 규모로 자본확충펀드에 한도 배정을 신청한 14개 은행을 대상으로 2차 자본수혈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3월말 기준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하나·농협·경남·광주·수협 등 7개 은행과 우리금융지주는 3조9000억원 규모의 자본수혈을 신청했고 자본확충펀드는 이들 금융기관이 발행한 하이브리드증권과 후순위채 매입을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2차 자본수혈 조사는 이번 주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운영위 측은 3월에 비해 자금시장 여건이 개선된데다 은행 자체적인 자본확충 움직임도 보이는 등 자금 수요가 줄었다고 밝혔다.
당초 상반기에 3회에 걸쳐 자본수혈을 계획했던 금융위원회 역시 은행들의 수요가 없다면 추가로 자금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총 20조원 한도인 펀드자금을 소진하면 공적자금 성격인 금융안정기금을 투입해야 하고 이는 국민들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1차 배정한 자본확충펀드 한도 12조원을 상반기에 모두 소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체적인 자본확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증시가 상승하고 환율이 안정되는 등 금융시장이 빠르게 진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의 경우 1차 배정 당시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후 국민은행은 지난 3월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4월 1조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외환은행 역시 자본확충펀드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일부 은행만 자본확충펀드를 지원 받을 경우 부실은행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있어 다수 은행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다수 은행들이 자본수혈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펀드 지원 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한편 금융권 유동성 위기의 요인으로 지적됐던 은행들의 외환건전성은 빠르게 안정되면서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지난해 9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3개월 외화유동성비율은 10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연말에 비해 7.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3개월 외환유동성 비율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 외화부채로 나눈 것으로 지난해 98.9%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외화유동성을 공급했고 무역흑자가 개선된 것이 은행권 외화유동성 호전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불일치 비율을 나타내는 7일·1개월 갭비율이 2월말 현재 각각 2.0%와 2.5%를 기록해 지도비율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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