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의 경색이 풀리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후순위채 및 하이브리드증권 발행과 증자 등의 방식으로 자본확충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들도 대부분 1분기 경영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굳이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본확충펀드 운영위원회는 지난 달 말부터 12조 원 규모로 자본확충펀드에 한도 배정을 신청한 14개 은행을 상대로 2차 자본수혈 수요조사에 들어갔다.
올해 3월 말 우리.국민.농협.하나.경남.광주.수협 등 7개 은행과 우리금융지주는 자본확충펀드에 3조9천억 원 규모로 자본수혈을 신청했고 펀드는 이들이 발행한 하이브리드증권과 후순위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운영위 관계자는 "수요조사는 이번 주까지 진행되는데 1차 지원 때에 비해 자금시장 여건이 좋아졌고 은행 자체적으로 자본확충을 하려는 곳도 있어 수요가 줄었다"며 "아직까지 자본수혈 의사를 전해온 곳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당초 상반기에만 3차례에 걸쳐 은행권 자본수혈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수요가 없다면 추가로 자금집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1차 배정한 자본확충펀드 한도 12조 원을 상반기 중 모두 소진할 필요는 없다"며 "총 20조 원 한도인 펀드자금을 모두 소진할 경우 사실상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이 스스로 자본확충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작년 말까지 은행권의 자체 자본확충을 독려하다가 올해 초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은행권에 선제적인 자본수혈을 단행해 중소기업 대출 등 실물경제 지원역량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누차 밝혀왔다.
당국이 다시 은행권의 자체 자본확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의 상황이 호전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들도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는 것보다는 자체 자본확충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국민.신한.농협.하나.외환.우리금융지주 등 대형 시중은행과 올해 3월 말에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은 은행들은 대부분 앞으로 펀드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BIS 비율 13.16%, 기본자본비율이 10.29%로 자본적정성이 양호하다"며 "1차 때도 자본이 모자라서 받은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차원에서 받은 것으로 현재 지표로 보면 굳이 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에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지난 달에 자체적으로 1조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BIS 비율이 작년 말 13.4%에서 올해 3월 말 14.5%로 높아졌다"며 "지금 당장 후순위채 등을 발행할 필요는 없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2분기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과 우리은행도 1분기 실적이 양호하고 BIS 비율도 높아져 굳이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환은행은 최근 2천500억 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증권을 자체 발행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몇몇 은행만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을 경우 부실은행으로 낙인 찍힐 우려가 있어 결국 다수 은행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며 "상당수 은행들이 자본수혈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펀드의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