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진이 마찰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황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황 회장과 사외이사진 간의 긴장 관계가 지나쳐 내부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을 비롯해 KB투자증권, KB생명, KB자산운용, KB부동산신탁, KB창업투자, KB선물 등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이다.
지배구조가 분산돼 있는 만큼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는 강력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황 회장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국민은행을 비롯해 KB금융의 사외이사 입김이 센 것이 사실"이라며 "황 회장과의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담 전남대 교수는 "황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은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경영진과 사외이사는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일부 사외이사의 경우 KB금융에 상당한 공헌을 했지만 불신임을 받는 등 서운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B금융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별적인 감정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현안과 관련해 갈등을 겪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KB금융 사외이사인 김치중 변호사는 "황 회장이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평가를 내리기는 이른 감이 있다"며 "시스템이나 규정 해석을 놓고 이견을 보이기는 하지만 사외이사들을 홀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기라는 악재를 만나기는 했지만 취임 후 반년이 지나도록 뚜렷하게 이룬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황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리더십을 표출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취임 1년이 지나면 어떤 형식으로든 이사회에서 황 회장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은행 본연의 업무로 높은 수익률과 마진을 기록하면서 KB금융 전체 순익의 95% 이상을 감당하고 있다"며 "황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은 KB금융의 마진 시스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전권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데 익숙한 황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KB금융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회장이 앞으로 6개월 안에 과거 검투사라 불렸던 능력을 발휘해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수장으로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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