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에 담긴 생성의 이미지 - 현란의 미학

   
정희주, 생 성, CREATE Acrylic on canvas, 70x70cm, 2008
갤러리 AKA 스페이스


5월의 전시장에는 화사한 봄의 기운이 담뿍 묻어난다. 잔잔한 연못 위를 파닥이며 지나 다니는 작은 생명체의 향연처럼 화면 속에는 온통 현란한 움직임이 넘친다. 평면에서 이뤄진 회화작업이지만 삼차원보다 더 입체적이다.

둥근 화면 속에 숨은 긴밀한 움직임

록갤러리에서 오는 10일까지 열리는 운석 안동해의 ‘서예와 유치찬란’전은 평면에서 이뤄진 종이회화 작업이다. 색지 위에 올라앉은 정교하게 잘린 종이 조각들은 하얗게 보이는 여백의 틈으로 단아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더한다. 섬세하게 표현된 반추상화 작품들은 타이틀로 내건 유치찬란이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든다.

‘마음의 여인 꽃순이를 아시나요?’라는 작품 속에 여인은 푸른색의 화사한 옷을 입은 채 정교하게 새겨진 장미 다발을 들고 섰다. 작품의 제작과정은 다분히 복잡하다. 그림을 그려서 칼로 오리고 색지를 갖다 대는 과정을 이어온 작업 일지에는 작가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그래서 행복한 그림

11일까지 정희주의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 AKA 스페이스에 들어서면 꽃잎이 후두둑하고 떨어질 것만 같다.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우아한 몸짓으로 꽃 식물 생물의 흔적이 유영한다. 화면은 깊은 물이 되어 그 몸짓을 받아준다”고 묘사한다.

작품들이 형상화한 것은 하나같이 꽃이고 제목 역시 ‘생성’으로 동일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비슷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꽃의 부분이 모여 하나의 반추상화를 완성시키기도 하고, 형상화된 도형으로 꽃의 이미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정희주 작가는 10년 이상 자연을 표현하는 데 몰두해 왔다. 그림의 주제는 간결하다. 인생과 닮은 사계절의 자연이며 그것이 마음에서 재생성되는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갤러리 GALA에서 10일까지 열리는 이현진 초대전 ‘Alex&Friends’는 만화책에서 살아 나왔을 법한 인물들이 화면에 가득하다. 작가는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 친구들, 아이들 모두 주변의 인물들을 떠올리며 작품 속에 담았다”고 설명한다.

겹겹이 쌓아올린 이미지들은 손에 잡힐 듯 입체적이다. 여기에는 그림을 스캔해 출력한 다음 이를 여러 장 겹쳐 쌓아올리는 방식의 새도우 기법이 사용됐다.

여느 갤러리와는 다르게 사진촬영이 허가되고 곳곳에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들은 작가의 독특한 가치관에서 시작됐다. 이 작가는 “난해한 그림 보다는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그림을 그려내고 싶다”고 말한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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