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락, 대형 수출株 발목 잡나

환율 급락으로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형 수출주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원ㆍ달러 환율이 작년 평균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완만한 환율 하락이 전세계적인 투자자산 선호와 맞물려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이야기다.

6일 금융ㆍ증권업계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은 4월 들어 이날까지 1383.50원에서 1277원으로 무려 105.10원(-7.02%) 급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1206.26에서 1393.45로 187.19포인트(15.51%)나 뛰어올랐다.

이런 강세는 환율 하락으로 외국인 매수가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4조8851억원을 누적 순매수했다.

환율 하락과 투자자산 선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다른 아시아권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외국인이 몰린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은 위험요소 해소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분간 환율이 주식시장 등락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환율 흐름과 반대로 뛸 것이란 이야기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추가적인 지수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며 "각국 경기지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 데다 환율 안정으로 외국인 매수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환율 하락은 세계 금융위기 해소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며 "이는 투자자산에 대한 경계심리를 완화하면서 외국인을 국내 증시로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덕을 볼 종목으론 금융ㆍ항공ㆍ여행주가 꼽히고 있다. 이에 비해 고환율로 선전해 온 대형 수출주는 다소 타격이 우려됐다.

이런 심리가 반영돼 기관은 전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형 수출주에 대한 매도에 나섰다.

반면 증권가는 작년 원ㆍ달러 환율이 평균 1100원으로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수출주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1200원대 환율은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긍정적인 수준"이라며 "다만 전에 비해 눈이 보이는 이익이 줄기 때문에 투자심리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도 "아직 국내 시장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선 초반까지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면 증시에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일각에선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하반기에 환율 급락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시기가 빨리 왔다"며 "경상수지 흑자폭이 예상보다 더 커지고 있고 외화 자금조달도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환율이 2분기에 1290~1310원선에서 움직이다 3분기엔 1200~124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연말엔 1100~1150원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이 예상을 넘어 떨어지면 외국인 매수도 위축될 수 있다.

이효근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은 "무역수지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수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환율이 1200원에 근접하거나 밑으로 내려가면 외국인 매수도 주춤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팀장은 "당분간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하반기 들어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땐 환율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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