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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주도 '희망홀씨' 대출…은행권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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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0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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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등급 8등급에 연이율 40%대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K씨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희망홀씨 나누기' 캠페인을 시작한 후 은행권 저신용자 대출이 늘었다는 기사를 접한 후 희망을 갖게 됐다. K씨는 이자부담을 줄여보고자 농협 영업점을 방문해 관련 대출상품에 대해 문의했지만 담당 직원은 취급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다른 은행으로 가보라고 권했다. 몇몇 은행을 더 들른 후 K씨는 결국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을 포기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일선 영업점에서는 이같은 방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늘릴 경우 자칫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 들어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저신용자 대출을 늘리자는 취지로 '희망홀씨 나누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은행권과 공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캠페인에는 14개 시중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금감원은 7등급 이하 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권에 연이율 10%대의 소액신용대출을 늘리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 신용대출 신규 고객이 10만명에 달할 때까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 은행 영업점에서는 저신용자 대출을 꺼리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저신용자가 은행의 대출 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은 60% 정도에 불과하다. 캠페인 내용은 물론 저신용자 대출 상품이 출시된 것도 모르는 직원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영업자인 O씨는 희망홀씨 나누기 캠페인에 대해 전해 듣고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은행 영업점을 찾았지만 저신용대 대출을 받으러 왔다는 말에 안색을 바꾸는 직원의 태도에 상처만 받았다.

O씨는 "피치 못할 사연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줄 알았지만 결국 상대적 박탈감만 느끼고 은행에서 나왔다"며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제도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근로소득자인 J씨는 "대형 시중은행에 문의를 해보고 안내를 받은대로 가까운 지점을 여러 곳 방문했지만 캠페인 내용과 저신용자 대상 대출상품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직원들이 태반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출이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직원들이 간혹 있을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저신용자 대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과 연계해 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타 은행과 달리 영업실적(KPI)에 저신용자 대출 실적을 반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관계자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늘리도록 은행에 요청하고 있다"며 "시행 초기인 만큼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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