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화 유동성 사정이 급격히 호전되면서 원.달러 환율에 강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개선과 외국인의 투자 증가 등으로 환율이 작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전 수준인 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 하락은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수출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환율의 추가적인 급락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외환정책이 환율 하락을 방어하는 쪽으로 선회할지 주목되고 있다.
◇ 환율 급락세..1,100원대 하락 전망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77원을 기록하면서 이틀째 1,270원대를 유지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 기록한 1,272.50원은 작년 말 이후 근 4개월 만에 최저치이며 지난 3월 5일에 비해서는 두 달여 간 하락폭이 3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인 것은 금융시장 안정과 무역수지 개선 등으로 달러화 유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거의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4조7천억 원가량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달러화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인 60억2천만 달러를 기록하고 연중 누적 무역흑자가 95억4천7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무역수지가 개선된 점도 환율 하락의 주요인이다.
GM대우의 선물환 계약 만기연장과 이베이의 G마켓 인수,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성공 등도 달러화 매도심리를 확산시켰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18개 은행의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이 2월 말 현재 106%로 작년 말보다 7.1%포인트 상승하는 등 외화유동성 개선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 증가 등으로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전 수준인 1,100원대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3월 위기설의 핵심인 은행 부문 외화유동성이 개선되고 있어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4, 5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외국인의 투자가 현 수준만 유지하더라도 1,200원대 초반으로 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환율 급락에 수출기업 근심
올해 1분기 고환율 덕을 톡톡히 봤던 수출기업들이 최근 환율 급락에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수요 악화에도 고환율 덕분에 버틸 수 있었지만 아직 수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환율이 급하게 내려가니 걱정이 태산이다.
무역협회 원종현 연구위원은 "수출기업들이 그동안 원화 약세와 엔화,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선방했는데 지금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2천억 원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환율 하락 속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환율 때문에 누린 달콤한 시간이 너무 짧았을 뿐 아니라 환 헤지 등으로 환율 하락에 대비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에 1천200원대로 내려오고 연말께 1천100원 선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그 시기가 너무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등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가치가 올라가더라도 수출실적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 경기회복 `찬물' 우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환율 하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세계경제 회복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고, 수입 생필품.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떨어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는 효과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장 수석연구원은 "소비자 물가가 OECD나 G20 국가 중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을 견인할 수 있고 부품을 수입하는 업체의 부담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이 1,100원대만 유지해도 급격한 채산성 악화 가능성은 낮은 만큼 수출업체들이 결제통화 다변화와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효과로 당장 수출과 성장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환율 하락은 그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는 국내 경기에 부담될 수 있다.
국내 경제가 제조업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 약화는 경제성장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예전보다 효과가 크게 줄었지만 환율 상승은 수출과 성장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1981년 3분기~2008년 2분기 중 환율이 1% 오르면 국내총생산(GDP)은 0.12% 증가한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 지표가 개선된 것은 그나마 수출 관련 지표들이 괜찮았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서는 수출업체들이 조금 더 경기를 끌어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1,200원 선 부근에서는 속도조절 차원에서 개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270원 선인 현재 수준은 1분기 평균(1,418.3원)에 비해 150원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작년 말 종가가 1,259.50원이었음을 고려할 때 당국이 1,200~1,250원 범위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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