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 검찰에 요구 ‘파문’
정권안보에만 매진…여야 막론 ‘맹비난’
‘MB의 남자’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광폭행보가 눈총을 받고 있다. 그가 지난달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전 검찰 고위층에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장 국정원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원 원장이 그런 일을 하고도 남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정부 출범과 동시에 행정안전부 장관에 발탁됐던 원 원장은 지난 1·19개각을 통해 국정원 수장에 올라섰다. 경북 영주 출신인 그와 이 대통령의 질긴 인연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원 원장은 행정1부시장을 맡아 뛰어난 업무 조정력과 추진력을 발휘했다. 그가 행안부 장관을 맡았을 때도 공공기관 인력감축을 강도 높게 추진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성실히 뒷받침했다. 이 대통령이 사석에서 “끝까지 함께 가야한다”고 말하는 등 원 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두텁다.
때문에 원 원장의 내정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그가 각종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장으로서 정권 안정에 매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권 안보’ 강화에만 주력할 것이란 문제제기였다.
한나라당 안국포럼 출신 한 의원은 당시 “이 대통령이 집권 1년차에 쇠고기 파동 등으로 정권 존립 자체가 흔들렸던 경험이 한 상태여서 정권안정이 최우선 과제였을 것”이라고 원 원장의 발탁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원 원장이 앞으로 정권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선 검찰 주변의 냉기류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국정원은 대공 사건을 비롯, 대형사건 수사에서 검찰에 협력하고 자신들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상적인 협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원 원장의 이번 행동은 검찰의 독자적 영역인 피의자 신병처리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어서 검찰이 강력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수사 협조가 아닌 월권을 행사했다는 게 검찰을 화나게 만든 이유다.
원 원장은 정치권의 불신도 극복해야 한다. 원 원장은 특히 대공·방첩·대테러로 한정돼 있는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국가정책 수립 정보 등으로 확대시키는 국정원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 또한 직무범위를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개념으로 규정해 직무범위를 무한정 확대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국정원의 합법적 도청, 직무범위 확대 등의 요구는 ‘제2의 안기부’를 부활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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