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에 대해 계열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시장에 알짜 매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돼 지난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기업 간 '빅딜'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환위기 때 '빅딜'이 정부와 재계 간 인위적 구조조정이었다면, 이번 '뉴 빅딜'은 수익성 있는 계열사를 스스로 매각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7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재무구조 평가를 받은 45개 주채무계열 대기업 중 구조조정이 필요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 대상으로 분류된 11개 그룹은 계열사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펼쳐야 한다.
산업은행이 MOU 체결 대상으로 지정한 D그룹의 경우 합금철 생산업체인 D사와 D저축은행에 대한 매각 및 지분 이동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K그룹은 보험 계열사인 K생명을 매물로 내놨다.
하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D그룹은 스테인리스 생산업체인 D사와 의류업체인 T사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도 신한은행, 농협과 각각 MOU를 체결해야 할 W그룹과 U그룹도 계열사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채권단과 MOU를 맺은 후에도 구조조정 실적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여신 회수와 경영진 퇴진 등의 극약 처방까지 동원할 수 있다"며 "대기업들이 계열사 매각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매물이 공급될 경우 자산가치 하락으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M&A 자문 담당자는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경우 외국계 기관만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다만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나면 구조조정 작업이 현재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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