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의 새주인으로 미국의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7일 확정됨에 따라 하이트-오비맥주의 양강구도인 국내 맥주시장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오비맥주는 국내 주류사업의 원조격인 두산그룹에서 세계적인 맥주회사인 인베브(벨기에)로 주인이 바뀌었다가 이번에는 세계적인 사모펀드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아들이는 상황이다.
또 두산의 소주 '처음처럼'을 인수한 데 이어 오비맥주를 사들여 종합주류회사로 부상하려는 롯데그룹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겨 향후 롯데의 맥주사업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국내 맥주시장 경쟁구도 달라지나 = 국내 맥주시장은 하이트맥주가 업계 선두로, 오비맥주가 그 뒤를 추격하는 양강구도로 짜여져 있다.
지난해 하이트 맥주는 58.1%의 시장점유율로 오비맥주 41.9%를 16.2%포인트 앞섰다. 올들어 1분기에는 오비맥주가 시장점유율 42.4%를 기록하며 하이트맥주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추격과 하이트맥주의 시장방어로 요약되는 국내 맥주시장에 KKR이라는 사모펀드가 등장함으로써 경쟁구도에 변화가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오비맥주의 오너인 두산과 인베브가 모두 맥주 전문회사였는 데 반해 이번 새주인은 사모펀드란 점 때문이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인수합병을 한 만큼 경쟁사와의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이나 신제품 개발 등 업종 고유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비용절감이나 영업이익 극대화 쪽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KKR측은 이번 오비맥주에 모두 18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화로 약 2조3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KKR측으로서는 3분기중 오비맥주 인수작업을 완료한 뒤,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전략을 구사해 18억 달러 이상에 되파는 것을 목표로 세울 것이라는 것이 주류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주류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KKR의 향후 행보는 인수금액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는 쪽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나중에 인수금액보다 많은 금액으로 오비맥주를 매각하면 투자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인수금액 18억 달러는 환화로는 항상 유동적이라는 점도 KKR측이 기대하는 변수다.
즉 달러 가치가 낮아지고 한화가 강세를 보이며 18억 달러가 환화로 2조원 아래로 내려갈 경우 국내 기업중에서도 오비맥주를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쟁사인 하이트맥주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이 오비맥주를 인수했을 때보다 경쟁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는 계산이다. 사모펀드가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 확대나 신제품 개발보다는 단기 차익에 치중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롯데, 맥주사업 접나 = 두산으로부터 소주 '처음처럼'을 인수하며 종합주류회사 변신을 꿈꿔왔던 롯데로서는 일단 맥주사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하이트맥주를 제외하고 국내 유일의 맥주회사인 오비맥주가 KKR로 넘어간 상황에서 맥주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로서 롯데가 맥주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맥주회사 신설방안이다. 실제로 롯데는 한동안 맥주회사 신설 방안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비맥주가 물건너 간 이상 맥주회사 신설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번째로는 해외에서 맥주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국내 시장에서 종합주류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롯데의 목표와는 다소 멀어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기대할 만한 점은 KKR측이 오비맥주를 재매각할 경우다. KKR로서는 18억 달러에 인수한 만큼 그 이상의 금액이라면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비맥주 인수대금 18억 달러는 원.달러 환율 1천272.6원을 기준으로 2조3천억 원에 이르지만 환율이 내려가 2조 원 미만이 될 경우 롯데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 있고, KKR도 투자수익을 챙길 수 있어 '윈-윈'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롯데의 의지와 상관없는 환율 게임이란 점에서 롯데로서는 수동적으로 이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려야하는 답답한 처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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