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스트레스를 주기에 충분치 못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루비니 교수는 7일(현지시간) 미 경제 전문 채널 CN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19개 대형 은행을 상대로 벌인 스트레스 테스트는 신뢰성이 결여됐으며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테스트는 향후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이뤄졌지만 실제 경제지표는 그보다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테스트 결과 발표를 통해 앞으로 2년간 은행들의 손실 규모가 6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10개 은행에 모두 746억 달러의 자본 확충을 요구했다.
요 며칠 사이 언론에서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자산 건전성이 좋은 굿뱅크와 그렇지 못한 배드뱅크를 가르는 금융위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시장이 이미 제한된 정보를 통해 부실은행을 솎아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주가 흐름이 이를 입증한다. 19개 은행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캐피털원파이낸셜 씨티그룹 피프스써드뱅코프 키코프 리전스파이낸셜 선트러스트뱅크 등 7개 은행의 시가총액은 70% 이상 증발했다. 이들 은행은 테스트 결과 모두 미 정부로부터 추가 자본 확충을 요구받았다.
문제는 이미 부실은행으로 낙인찍힌 이들이 민간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본 조달 필요 대상으로 지목된 나머지 3개 은행도 마찬가지다. 잠재적 부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돈을 대줄 기관이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추가 자금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미 정부는 모든 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며 긍정론을 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천양지차다.
루비니 교수는 은행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자산 구조를 재편하지 않으면 민간 자본을 조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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