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막대한 손실을 본 헤지펀드들이 올해 증시 상승을 호재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올해 증시 상승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이 큰 수익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 전문 리서치업체인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경색과 투자판단 착오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던 헤지펀드들은 지난달 말까지 4.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 전망에 따라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크게 엇갈렸다.
올해 글로벌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기록했다. 증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다 랠리를 놓친 것이다. 칠드런스인베스트먼트펀드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크리스토퍼 혼은 올 들어 7%의 손실을 기록했고 호스맨캐피털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인 존 호스맨도 지난달에만 12%의 손해를 봤다.
반면 강세장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은 4월에만 평균 30% 수익을 거뒀다.
크리스핀 오데이가 운영하는 오데이에셋매니지먼트는 바클레이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영국 은행주에 투자해 지난 4월에만 30%의 수익을 거뒀다. 오데이의 펀드 운용 규모는 12억 달러로 올 들어 31% 늘었다. 오데이는 지난해엔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점쳐 10.9%의 수익을 올렸다.
로렌스 로빈스가 운영하는 25억 달러 규모의 글렌뷰캐피털매니지먼트의 지난해 손실 규모는 49%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미국 건강관련기업에 투자한 결과 지난달까지 26%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윌리엄 드 윈턴의 랜스다운파트너스도 지난해 14.9%의 손실에서 벗어나 올 들어서는 20%의 수익을 거뒀다. 그린라이트캐피털펀드 역시 지난해 22.7% 손실을 봤지만 강세장에 투자하면서 올 1분기에는 4.4%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들의 수수료 인하도 향후 수익률 향상을 위한 충분한 실탄을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최근 조사한 3개 헤지펀드가 신규 투자자들에 대한 자금운용 수수료를 0.5%포인트 낮췄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운용 성과 수수료 역시 20%에서 10%까지 축소했다.
이러한 특혜는 보통 소수의 투자자들에게만 주어졌지만 금융위기로 엄청난 자금 이탈을 겪고 있는 헤지펀드들이 수혜 범위를 확대하며 대대적인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헤지펀드 전문 컨설팅업체인 키네틱스파트너스의 크리스 롬바르디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위기로 고객들의 현금 상환 요청이 증가하자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를 깎아주기 시작했다"며 "일부 헤지펀드들은 현금 예치 대가로 수수료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을 만회해야 하는 연기금 역시 수수료 인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은 6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26개 헤지펀드에 수수료 인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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