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백의 과천인사이드]구조조정 통한 체질 강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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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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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연중 최고치를 넘어 1400선을 상회했다. 올해 최저치였던 지난 3월 3일 1025에 비하면 한달여 만에 400포인트 넘게 오른 셈이다. 머잖아 1600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마저 나올 정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은 세계 금융시장이 한결 안정을 찾은 데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로 풍부해진 국제 유동성이 국내 증시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원화환율 상승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이 호전된 것이 주식 매수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런 호재에 힘입어 그동안 팔자 일변도였던 외국인들이 사자 세력으로 돌아서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것에 대해 경계감도 큰 게 사실이다. 경제성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물가는 정부의 억제선을 넘어 급등세가 이어지니 주가 오름세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기업 실적 개선도 근본적인 기업 경쟁력 제고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경계론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주가 상승이 반가운 것은 거시경제 악화에 어느 곳 하나 신통한 구석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경까지 편성해 경기진작에 골몰하고 있는데 주가 상승은 재정 부담 없이도 경기 호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키지 않으면서 시중 유동성을 끌어들여 국민들의 재테크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점도 주가 상승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주가 상승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외환위기 때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공급이 실물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확대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흐르지 않고, 실제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야만 경기는 진정 회복될 수 있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 쇼크로 증시는 장중 338까지 급락했다.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고, 어두운 경기침체의 터널에 접어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듬해 3월 지수는 570까지 치솟으며 풍부한 자금 공급이 이뤄졌다. 실물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높였던 시기다.

하지만 기업부도가 잇따라 이뤄지면서 실물이 받쳐주지 못한 결과 코스피 지수는 3개월만에 장중 277로 급하강했다. 경기가 회복하는 듯 했으나 반등기미를 잡았으나 또다시 하강한 ‘더블 딥’의 전형이었다.

그렇다면 실물경제 회복의 가속화를 위해선 어떤 숙제를 풀어야 할까. 답은 자명하다.

경기하강이 둔화된 바로 지금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체질 강화에 나설 때다. 그게 호경기를 대비하고 국가순위를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다.

우리는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 어마어마한 사태와 맞닥뜨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10년 전 뼈저리게 경험했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과 은행들의 구조조정은 흉내만 내다 말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졸업을 서두르느라 구조조정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 탓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돈을 아무리 풀어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어떻게 살아남았어도 세계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고, 그 사이에 나라 경제는 멍이 들대로 들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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