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인재채용 성공 원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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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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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훈의 Book&Talk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렇다면, 그것은 미인을 두고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책이 그렇다면, 그것은 고전이 틀림없다. 진짜 미인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것. 마찬가지로 고전의 매력도 그러하다. 읽고 또 읽는 데 이상하리만치 식상하거나 전혀 물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그랬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국지’를 한두 번 읽었다 고 남에게 줘버리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는다.

며칠 전 일이다. 대한민국 횟집 중에 규모만 놓고 보자면 뻥 튀겨서 손가락 안에 꼽아도 좋을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어부朴씨’의 천재봉 대표를 만났다. 식사 도중에 ‘삼국지’ 이야기가 어쩌다 나왔다. 궁금했다. 해서 몇 번 읽었냐고 물었다. 그는 일곱 번쯤 읽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색다르고 아주 좋다고 말했던 적 있다.

경영은 곧 인재관리다. 인재관리가 어디 그리 만만한가. 삼국지처럼 사람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좋은 고전이 없냐고 묻길래 ‘한비자’를 강력 추천했더랬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마찬가지로 ‘한비자’는 정치학 교과서로 혹 보일 수 있으나 어찌 보면 경제학 교과서로, 아니면 탁월한 리더십, 심리학 교과서일지도 모른다. 내 보기엔 그렇다. 또 ‘인간 본성과 권력 투쟁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녹아내며 버무리고 맛깔스럽게 담아냈다는 점은 서로 닮아도 많이 닮았다.

하지만 동양인 탓일까. 중국 전국시대 한(韓)나라 명문 귀족의 후예인 한비(韓非, 280∼?)가 쓴 ‘한비자’가 솔직히 말하자면 내 정서엔 잘 맞는 편이다. 책에서 한비는 말하길 ‘군주는 반드시 법(法), 술(術), 세(勢)의 세 가지 통치 도구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렀다. 정치에 뜻이 없고 경영에 뜻을 두었다면 ‘군주’를 지우고 ‘경영자’(CEO)로 바꿔 읽어도 뜻이 통한다. 한비는 군주(경영자)가 지켜야 할 도리로 우선 마음이 비어 조용한 상태인 ‘허정’(虛靜)을 제시했다.

허정이란 말 그대로다. 마음을 비우고 고요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 즉, 군주(경영자)의 지혜와 능력을 신하(직원) 앞에서 우쭐대며 과시하거나 함부로 속을 드러내 보이지 말라는 내용이 그 알맹이다.

그것은 인재채용의 원칙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법률에 따라 인재를 채용하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요컨대 사람들의 평판에 근거해 임용된 자(직원)는 군주(경영자)와 나라(조직)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아랫사람(부하직원)과 어울려 개인의 욕심을 채우거나 힘있는 세력가(경영자의 라이벌)를 위해 일을 꾸미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해서 “군주는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버려야 신하들이 본바탕을 드러낸다. 신하들이 본바탕을 드러내면 군주의 눈과 귀는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56쪽)라고 말하며 인재채용 성공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비자/ 한비 지음/ 김원중 옮김/ 현암사 펴냄/ 1만8천원
북 칼럼니스트(작은 가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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