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기업은행을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산은 고위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안정적인 수신 기반을 확보하고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은행을 주요 인수 대상으로 선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산업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은행을 타깃으로 하는 인수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이 기업은행을 인수할 경우 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 기업은행의 수신 기반을 바탕으로 민영화 이후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기업은행의 지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567개로 외환은행(353개)보다 200개 이상 많다. 직원 수도 기업은행은 7250명, 외환은행은 5800명으로 1400여 명의 차이가 있다.
다만 기업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실제로 인수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기업은행은 기업은행법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매입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간에 의견이 일치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법 개정을 마무리하고 인수 작업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형중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산업은행의 기업은행 인수설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기업은행이 소매와 기업금융에 모두 강하기 때문에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산업은행과 합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인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국내 영업 경력이 40년 이상 됐고 수신 기반도 탄탄해 인수할 만한 대상"이라며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씨티은행 출신이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거론돼 온 외환은행 인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론스타가 제시하고 있는 매각 가격이 부담스럽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론스타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인 점을 감안해 1만3000원을 전후한 가격에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매각 가격이 50~60억달러에 달해 인수자가 상당한 비용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도 매각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외국계 자본인 론스타에 거액을 쥐어줬다는 '먹튀'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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