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략물자 북한 반출 우려"

통일부가 전략물자 여부를 검토하는 기준이나 절차 없이 대북물품 반출승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반출될 우려가 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대북물품 반출입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통일부 고시에 따르면 전략물자를 북한으로 반출하거나 대량파괴 무기제조용으로 전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물품에 대해선 통일부 장관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통일부는 전략물자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반출승인 업무를 처리했다.

감사원이 2007~2008년 반출승인 물품 가운데 통일부가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검토했는지 확인한 결과, 전도성고분자, 내방사선 컬러 카메라 등 4개 품목 15건에 대해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반출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내방사선 컬러 카메라의 경우 통일부는 전략물자 여부를 검토한 뒤 반출을 승인한 사례가 6차례 있었으나 3차례는 같은 물품인데도 이러한 검토절차 없이 반출을 승인했다.

감사원은 또 통일부가 매달 북한 반출입 물품의 통관자료를 제공받고 있지만 해당물품이 통일부 승인을 받고 반출입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흑색화약 등 3개 물품이 통일부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으로 반출됐으나 통일부는 이를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컴퓨터 270대가 통일부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지난해 6월23일 인천항을 통해 북한으로 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업체는 지난해 6월11일 2324만원어치 중고컴퓨터 270대를 중국으로 수출하겠다고 관세청에 신고했다가 6월18일 수출국을 북한으로 바꾸는 정정신청을 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는 통일부 승인대상 품목이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해당업체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관세청은 서류심사 과정에서 통일부 장관의 반출승인서 첨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반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처리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컴퓨터 반출신고 수리업무를 부당처리한 관세청 산하 모세관 관세주사보를 징계하고 컴퓨터를 북한으로 반출한 해당업체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관세청장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보람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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