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건네받아 160만 달러에 달하는 집을 계약했지만 검찰 수사를 앞두고 계약서를 찢어버린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총 45만 달러에 이르는 계약금이 적은 돈도 아닌데다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계약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계약서를 찢어버려 '검은 돈거래'를 숨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것이다.
정연 씨가 이 주택의 구입에 개입하게 된 것은 2007년 5월께.
정연 씨는 어머니인 권 여사에게서 받아뒀던 10만 달러 중 5만 달러를 꺼내 미국 뉴욕 맨해튼이 보이는 미국 뉴저지 주에 오빠인 건호 씨가 살 주택을 선계약했고 넉달 뒤인 9월 권 여사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줘 박 전 회장이 홍콩법인 APC에 보관하고 있던 돈 가운데 40만 달러를 송금받아 계약금을 치렀다.
주택 가격 160만 달러 가운데 45만 달러가 계약금으로 지급됐지만 잔금은 치르지 않은 상태로 계약이 파기되지 않은 채 일단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게 정연 씨 주장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잔금 지급에 있어서도 정연 씨가 계약금을 조달해준 어머니의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 여사 측은 아들 건호 씨의 주택 마련을 위해 추진된 이 계약이 건호 씨가 유학을 마치고 뉴저지주가 아닌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로 발령이 나면서 무산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연 씨가 계약서를 없애버린 게 계약 사실 자체를 숨기려는 시도가 아니었겠느냐는 의심이 생기는 것.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13일 "계약서를 찢어버렸다는 시점이 사건 수사 착수 직전인 것 같은데 다시 확인해보겠다"면서 "이 사건으로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연 씨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계약서가 없을 경우 계약금을 반환받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찢어버렸다"고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 씨는 40만 달러가 박 전 회장의 돈이라는 사실도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알았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스스로 계약서를 찢어버리는 바람에 '깨끗한 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처음부터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검찰은 우선 미국의 부동산 중개업자와 해당 주택의 소유자를 통해 계약서를 확보하고 계약 과정에 개입한 한국인을 상대로 계약이 이뤄진 경위와 현재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