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항공.조선 재무약정 유예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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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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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 대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재계가 금융당국에 항공업과 조선업종 등의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개선약정 체결을 일시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14일 금융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환율급등 탓에 부채비율이 상승한 그룹의 재무약정 체결을 일시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

주채권은행은 매년 12월 말 재무제표 기준으로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해 평가결과가 합격기준에 미달하면 해당 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다.

올해는 국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대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함에 따라 14개 주채무계열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이들을 중심으로 10여 개 그룹이 채권은행과 조만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특히 경기호황기에 무리하게 인수.합병(M&A)에 나섰던 그룹들은 자산 및 계열사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전경련은 부채비율에 따라 구간별로 합격기준을 부여하고 이자보상배율과 매출액영업이익률, 총자산회전율을 평가한 종합점수로 합격 혹은 불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존 재무구조평가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금융당국에 보낸 건의서에서 "지난해 환율 급등 때문에 외화환산 손실이 급증하면서 재무구조 평가의 주요항목인 부채비율이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크게 상승하고 있으며 업종 특성상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은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1천 원일 때 1억 달러를 빌려 쓴 A기업이 1천억 원의 부채를 보유해 부채비율이 200%인데 연말결산 시점에 환율이 상승해 1천500원이 되면 추가 대출을 받지 않았더라도 부채가 1천500억 원으로 늘어나고 부채비율도 300%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은 비영리 부동산 매각, 유상증자를 통한 부채비율 조정 등의 자구계획을 담고 있어 해당 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환율상승으로 부채비율이 급등한 기업에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일시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선수금 등이 부채로 잡혀 선박수주가 늘어날수록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조선업종과 항공업 등 영업 특성상 외화부채가 많은 업종은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재무구조평가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은 주채무계열이 모두 재무개선약정 체결 대상은 아니며 주채권은행에서 현금흐름과 자산-부채 구성 등 그룹별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경제단체와 각 그룹이 재무개선약정 체결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재무개선약정은 주채권은행과 주채무계열이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채권은행이 단순히 부채비율만 가지고 주채무계열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별 특성과 부채구성 등도 세밀하게 분석하기 때문에 불합리하게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하는 그룹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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