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경제위기 속에서도 현금배당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시키로 해 고객 돈으로 대주주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과 손보업계에 따르면 각 손보사의 대주주들은 이번 현금배당을 통해 최대 수백억원의 뭉칫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25.6% 늘어난 59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삼성화재는 지난해와 같은 주당 30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지분율 9.70%)은 무려 147억1700여 만원의 배당을 받게 된다. 2대 주주인 삼성카드는 69억원의 배당을 받게 되며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4억6000만원의 배당 수익을 챙기게 됐다.
동부화재는 지난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4.8% 감소했지만 현금배당은 전년과 같은 주당 600원을 주기로 했다. 동부화재 지분 24.75%를 보유하고 있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아들 김남호씨는 105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보다 100원 줄어든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회계연도 11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32.9% 급감했다. 대주주인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지분율 21.74%)에게는 97억1700만원이 배당된다.
LIG손해보험의 대주주인 구본상 LIG넥스원 사장은 21억4200만원을 배당받게 되며 친인척 지분율을 모두 합치면 78억원 가량의 배당 수익이 주어진다. 이는 올해 LIG손보 배당 총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반면 지난해 33억원을 챙긴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메리츠화재가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하게 됐다.
손보사 대주주들이 현금배당을 통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 시민단체 등은 어려운 서민경제를 외면한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하를 기피하자 보험료를 더 걷고 보험금은 덜 주는 영업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손해율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출된 금액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손해율이 낮을수록 거둬들인 보험료에 비해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적다는 의미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현금배당을 할 여력이 있다면 누적 적자를 해소하거나 내부 유보액을 늘려 미래 손실을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보험료 인하에는 인색하면서 뒤로 배당을 가져가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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