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과 예대마진(NIS)은 지난 2007년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영업 방식은 이미 한계에 달한 만큼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수익성 하락 장기화 '우려' =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후 국내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올 1분기 NIM은 2.70%로 전년 동기(3.08%) 대비 0.38%포인트 하락했으며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0.54%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0.41%포인트와 0.67%포인트 급락했다.
NIS의 경우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2.54%에서 올 1분기 1.80%로 0.74%포인트, 우리은행은 2.96%에서 2.51%로 0.45%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은행들의 조달비용이 크게 오른 데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2.00%까지 낮춘 것이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그러나 국내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난다 해도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는 계속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데다 우리 경제가 지난 1980~1990년대와 같은 호황을 누리기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 최근 4~5년 동안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크게 성장했고 자본시장법 시행 후 은행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은행들의 이자수익 하락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이라며 "앞으로 은행들이 이자수익만으로 돈을 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시행과 금산분리 완화 등 정책적 변화가 이같은 상황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은행들의 NIM은 주가가 최고치로 치솟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2007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7년 1분기 3.60%에 달했던 국민은행의 NIM은 자본 수요가 많은 4분기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2007년 2분기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NIM이 0.5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 이자수익 연연해선 곤란 =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시급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여전히 이자수익에 연연하고 있다.
1분기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총이익은 5조6276억원으로 이 가운데 이자이익이 4조6899억원에 달한다. 신용카드, 외환수수료, 수익증권판매, 방카슈랑스 등 비이자 부문에서 거둔 이익은 9377억원으로 총이익의 16.66%에 불과하다.
최호상 외환은행 연구원은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대형 투자은행(IB)가 탄생하면 은행들의 수익 구조는 더욱 열악해질 수 있다"며 "안정적인 자산 운용 등 그동안 은행의 강점으로 꼽혀왔던 부분들을 활용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은행들의 신규 수익창출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며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인 신용카드사들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 1분기 142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신한금융지주 내 맏형 격인 신한은행(737억원)의 2배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 역시 1763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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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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