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때문에…잠못드는 조선 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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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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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구릉 옆 골프연습장 철거두고 논란


   
 
  (사진설명) 임금님도 골프 연습하라고? 다음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실시 되는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 입구에 골프연습장과 음식점들이 난립
  해 있다. 특히 충일개발이 구리시로부터 89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골프연습장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홍정수 기자 jshong204@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이 내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가운데 동구릉 인근에서 운영 중인 골프연습장의 철거 문제가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내달 동구릉을 비롯한 조선시대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동구릉은 태조 이성계가 안장된 건원릉을 포함해 9릉 17위가 모셔져있다.

건원릉에서 불과 30m 가량 떨어진 곳에 대규모 골프연습장이 1999년부터 불법 운영되고 있어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되고 있다.

이 골프연습장은 지난 1999년 12월 구리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70억원이 투입돼 완공됐다. 하지만 구리시는 지난 2002년 12월 문화재청과의 협의 누락 등의 이유로 사용승인을 거부하고 건축허가도 취소한 것.

골프연습장 측은 지난 2007년 구리시를 상대로 건축비와 철거비 등 149억여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지난 2월 구리시는 법원으로부터 골프연습장에 89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구리시청 집행부는 골프연습장 손해배상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 뿐만 아니라 구리시는 골프연습장 측과의 빅딜설 등으로 구리시의회의 질타를 받고 있다.

결국 구리시의회는 지난달 집행부가 편성한 골프연습장 배상금과 행정대집행비용(행정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를 대신해 행정 관청이나 제삼자에게 대신하게 하고, 의무자에게 비용을 징수하는 비용) 등 120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구리시의회 측은 구리시가 골프연습장 건축허가 당시 문화재청과의 협의 절차를 누락하는 등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한 만큼 시민 혈세로 이를 집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2심과 3심에서 1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골프연습장 철거비와 영업이득 상쇄 방안 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영순 구리시장은 잘못을 인정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열린 구리시의회 제187회 임시회에서 박 시장은 "건축비 산정에 있어 감정가액 전액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추후 항소심에서 골프장 측이 실제로 지출한 건축비용을 기준으로 해 주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의원들의 '시장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정치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시의 행정을 총괄하는 시장으로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앞으로 의회와 집행부의 조율을 통해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2월엔 동구릉 골프연습장을 허가 변경해 장례식장으로 사용하겠다는 민원인의 접수도 있었다. 이에 문화재청 측은 장례식장도 골프연습장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혐오시설로 판단, 부결 결정했다.

당장 내달이면 동구릉을 비롯한 조선왕릉 40기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사실상 확정된다.

500년 조선왕조의 무덤 40기 바로 옆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들이 지역주민 뿐 아니라 지역관내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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