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국면에 접어들었던 통신시장이 다시 과열되고 있다.
내달 통합 KT 출범을 앞두고 통신업체들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다 보니 가입자 확보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의 경우 통합 KT가 점유율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내부 방침이 공개되면서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혈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의 번호이동은 출혈경쟁이 난무했던 지난해 상반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번호이동건수는 84만건으로 지난해 하반기 마케팅 경쟁이 안정화돼 평균 40만건을 유지했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는 내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통합 KT의 마케팅 공세와 이를 방어하기 위한 SK텔레콤의 반격이 맞물리면서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LG텔레콤도 가세해 시장은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휴대폰 유통시장에는 번호이동과 신규가입에 대한 공짜폰이 증가하고 있으며 공짜폰에 현금이나 사은품까지 주는 마이너스폰까지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케팅 비용을 줄여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던 이통시장은 출혈 경쟁이 다시 재현되면서 2분기와 하반기에 또다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 유선통신시장도 과열되기는 마찬가지다.
KT가 지난해 대표이사 구속과 합병작업 등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지 못하다가 합병이 최종 확정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불법TM(텔레마케팅)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초고속인터넷 업계는 하부딜러 등에서 타사 고객정보를 이용한 불법TM을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경품마케팅도 그 규모가 확대돼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경품마케팅은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이 주도했으나 최근 KT도 동참해 시장이 더욱 과열되고 있다.
내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통합 KT는 본사 직원 3000명을 현장에 재배치하는 등 영업을 강화했고, 실적을 위해 영업직원들이 자비를 들여 경품을 지급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인터넷전화, 인터넷TV 등의 결합상품이 출시되면서 현금사은품은 3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초고속인터넷의 과도한 경품마케팅 현장에 대한 단속까지 나섰지만 과열된 시장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는 방통위가 편법, 위법 마케팅에 대해 단순한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가입자들이 보조금과 경품에 의해 사업자를 옮기는 것이 아닌 서비스 경쟁력을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방통위는 가입자 모집 시스템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경쟁과 초고속인터넷 및 결합상품 시장의 경품마케팅은 결국 사업자들에게는 수익성 악화로, 소비자들에게는 비용 전가로 이어지는 만큼 지난해 하반기와 같이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는 모습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통신업계가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 경쟁이 자리를 잡도록 KT와 SK텔레콤 등 지배적 사업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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