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의 매도보고서가 2년여만에 재등장해 주목된다.
18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메리츠증권이 다음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놓은 데 이어 이날 삼성증권과 한화증권이 금호타이어에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했다.
업계는 대상기업들에 대한 이익 전망치에대한 대폭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이런 보고서를 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내증권사의 국내기업에 대한 매도보고서는 지난 2001년 237개로 절정을 이루다가 2002년 74개, 2003년 33개로 급격히 줄어들더니 2004년 89개로 늘었다가 2005년 29개, 2006년 15개, 2007년 5개로 급감하며 3월 16일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지는데도 매도보고서를 내지 않던 증권사들이 이달 들어 2년2개월만에 매도보고서를 재개한 이유는 대상기업들에 대한 이익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4일 다음에 대해 1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한데다 시장 컨센서스에 훨씬 못미치는 올해 영업실적 목표를 감안할 때 이익전망치의 대폭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조정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금호타이어가 2011년까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장부가치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조정했다. 한화증권도 금호타이어의 적자구조가 기존 예상보다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수익추정치를 대폭 낮추면서 투자의견도 매도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한화증권은 보고서에 매도의견임을 분명히 했으나 회사 내부 투자의견 분류 중 매도가 없어 투자등급 기준으로는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 등급을 매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작년과 작년까지 이어진 급락기간 국내증권사의 매도의견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애널리스트들이 조언해주는 역할을 전혀 못했다는 의미"라며 "지금에 와서야 매도보고서를 냈다고 해서 그 의견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증권사는 중립이나 시장수익률 하회 등 매도에 해당하는 우회적인 표현을 주로 써왔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4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이 우회적인 투자의견 매도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보다 늘어난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들이 경쟁관계에 놓이면서 기업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외국계 증권사처럼 매도보고서에 대한 의무비율이 없고 서로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의견이 널리 퍼져 있어 이같은 문화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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