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의 증가와 재정적자 확대 등에도 국내 경기가 향후 1~2년 안에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18일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 단저 장고'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통화공급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통화량보다는 총수요압력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우려가 낮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우선 본원통화량이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늘어난 통화량이 실거래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제로 이행하면서 통화량보다는 단기금리를 주요 수단으로 삼은 점, 늘어난 통화가 실질 거래에 이용되기보다는 금융-자산시장에서의 거래로 연결된 점,2000년 물가상승이 통화가 아닌 국제유가, 변동환율제 도입 등 비용요인상승에 따른 것으로 볼때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강중구 연구원은 "지난 4월 소비자물가가 3.6% 기록해 한국은행 목표치를 상회했지만 이는 결국 환율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작년3분기 물가상승은 수요와 비용 요인이 이끈 반면, 4분기는 환율을 제외한 품목은 물락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4분기 상품가격이 급락했으며, 실질GDP도 침체돼 총수요압력이 디플레이션 요인으로 전환됐다. 올 1분기 실질GDP는 전분기 대비 0.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침체 이전수준보다 낮은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전년동기간 대비 -56% 수준으로 낮아져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환율이 4분기 급등, 점차 하향 안정화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강 연구원은 "향후 실질GDP가 점진적으로 상승한다고 할지라도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분기대비 실질 GDP가 상승하더라도 선진국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GDP도 계속 하회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 중에서 단기부동자금 증가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거품에 주목했다. 작년말 이후 단기투자자금인 MMF 수탁고는 증가해 무려 800조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최근 주식시장과 일부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자산가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2000년 초 미국의 IT 버블붕괴와 마찬가지 현상으로 우려할만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작년 하반기 국내 주가 급락처럼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동산의 경우 일부 지역이지만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눈여겨 볼만하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으로의 연결가능성은 결국 중앙은행의 통화 흡수능력에 달렸다"며 "중장기적으로 위기가 해소되고 경기가 정상궤도에 진입한 후 늘어난 통화증가가 물가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를 위해 강 연구원은 "향후 경기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회복시점 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최근의 통화 확장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통화 흡수능력을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수 기자 p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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