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원 탓에 ‘국가 동맥경화’ 일으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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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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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붕의 생각나무>

택배 배송수수료 30원 인상을 놓고 시작된 분쟁이 급기야는 국가를 동맥경화 상태에 빠트리기 일보직전까지 왔다.

산업계 전체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화물연대가 오는 27일부터 건설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산업에서 물류는 인체로 치면 동맥이나 마찬가지다.

동맥은 심장박동에 의해 밀려나온 깨끗한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내 수많은 세포로 이뤄진 우리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폐기물 등은 날라와서 우리몸을 유지할 수 있게하는 역할을 한다.

물류(物流) 즉, logistics은 원래 불어로서 병참이란 군사용어에서 기원됐다.

세계 2차대전 중 미국 육군이 군사(軍事)에 필요한 물자∙무기를 조달, 수송, 보관하는 병참활동으로 시작된 것이 지금은 보관, 하역, 화물운송, 포장, 물류정보, 폐기 및 회수까지 산업전반의 물적유통을 아우르는 의미가 됐다.

이 물류가 막히거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인체를 놓고 볼 때는 소위 동맥경화가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가의 동맥'이나 마찬가지인 물류가 30원 때문에 마비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런 나라가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물론 택배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택배요금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택배 배송기사들도 저단가 속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화물차 운전자들 역시 은행에서 수천만원씩 빚을 내 구입한 화물차로 밤낮없이 고생하면서 기름값도 안나오는 운임 때문에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금융위기 사태로 전 세계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산업계 전반에 경기침체의 심각한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조차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최소한 올 하반기는 지나야 걷힐 것이란 예측마저도 현재로서는 기대썩인 전망이란 지적들이 많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18일 중소기업청, 수출보험공사, 코트라 등 실물경제지원기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실물경제지원기관협의회에서 “생산, 설비투자, 소비, 고용 등 실물지표는 여전히 침체국면이며 특히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며 “원가절감 등 기업들의 뼈를 깎는 준비가 필요할 때”라고 현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실례로 그동안 ‘철밥통’이란 소리까지 들어왔던 공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체들 전체가 감원, 희망퇴직, 임금삭감, 순환휴직, 비용절감 등 뼈를 깍는 고통의 시간들을 감내하고 있다.

중국 상해자동차의 일방적인 철수 통보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쌍용자동차 직원 2405명은 회사의 정리해고 결정에 따라 다음달초부터 불어닥칠 해고절차만 기다리고 있다.

430개에 달하는 대기업들도 채권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레이더망에 포착돼 이달말까지 나올 신용위험 평가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냐, 퇴출이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45개 대기업그룹도 바늘방석이기는 마찬가지. 채권금융기관은 이미 9~10개 대기업그룹을 재무구조 개선 약정체결 대상 후보군으로 올려놓고 막판 신용위험 평가를 진행중이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체결 대상으로 지목되면 비핵심 계열사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이같은 산업계의 제반상황을 감안해 과연, 어떤 것이 뼈를 깍는 고통분담이며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될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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