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이 유입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들썩임에 따라 자산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급한 유동성이 설비투자 등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지 않고 투기자금으로 돌아서면 실물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과잉유동성 탓에 자산시장의 과열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자산시장 거품에 대비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이라도 유동성을 일부 흡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자산시장 거품을 우려할 만한 단계이거나 단기 유동성을 '과잉'으로 규정할 정도는 아니라며 재정 및 통화정책상의 확장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들 "거품 우려..유동성 환수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20일 자산거품이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자산시장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부동산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본격적인 조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앞으로 거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연구위원은 "증시는 900선까지 지수가 하락했다가 상승한 것이기에 `거품'이라기 보다는 '회복'에 가깝지만, 부동산은 별다른 조정 없이 기존의 거품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하이닉스 유상증자에 무려 26조 원이 몰린 것은 실물 회복이나 총수요의 뒷받침이 없어도 유동성에 의해 거품이 커질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책임연구원도 "자산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구분해야 한다"며 "경기침체로 일반 물가가 굉장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자산 거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자산시장은 굉장히 매력적"이라며 "거품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주의가 필요한 단계에는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3월부터 단기 유동성의 힘으로 급상승한 주식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차입투자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코스피지수가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직전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주식시장이 과열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V자형 경기회복을 가정한 정도로 상승해 가격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소비회복세가 한계에 직면하게 되면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심지어 최근 자산시장 거품에 대비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이라도 유동성 흡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우선 은행채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 방식의 유동성 공급 확대정책을 먼저 철회하고 이후에 정책금리도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과열단계 아니다..확장기조 유지"
정부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동향과 유동성 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자산시장이 과열단계에 접어들었거나 단기 유동성이 '과잉'으로 규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동성이 늘고 있지만 통화가 제대로 돌지 않아 전체적으로 단기부동자금이 많지 않다"면서 "정부 정책기조를 바꿀 타이밍이 절대 아니며 아마도 올해는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유동성 상황을 보여주는 M2(총통화)는 늘지 않고 있으며 통화유통속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면서 "자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것을 경기회복으로 잘못 알고 긴축 정책을 펴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우를 범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꿈틀거리고 있지만 지방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막대한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는 상태"라며 "아직은 시장상황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도 유동성 과잉과 자산거품 문제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은 `단기유동성이 크게 문제를 일으켜 당장 무슨 대책을 써야겠다'는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중에는 경기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해 유동성을 흡수해야할 만큼 자산거품이 현재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흔히 단기자금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된다고 말하는데 현상만을 보고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부동산가격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거나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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