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금융권 낙하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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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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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하늘에 화분(花粉)이 날린다. 인사가 활발해지는 봄이 되면 권력자도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꽃가루'를 여기저기에 퍼트린다. 그 '꽃가루'들은 암술머리(유관단체)에 앉아 권력자의 정책 결정이나 시행에 여러 기여를 하며 공생한다.

봄철, 금융공기업 수장(首長) 인사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가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민영화로 오는 9월 출범하는 한국정책금융공사(KPBC) 이사장에 유재한 한나라당 정책실장이 확실시 되고 있다.

유 실장은 주택금융공사 이사장을 거친 인물로 TK(대구·경북)출신에 한나라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다.

유실장이 떠난 자리는 지난 4.29 재보선에서 낙선한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메꿀 것이 유력하다.

박 전 사장의 선거 출마로 두 달이나 비어있는 예금보험공사 사장에는 이승우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번 주 중으로 자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지낸 김윤환씨는 지난달 26일 금융연수원장에 내정됐다.

대우증권 수장으로서 별 문제없이 사장직을 수행하던 김성태 전 대우증권 사장은 임기를 1년이나 남기고 임기영 전 IBK투자증권 사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낙하산 인사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윗자리를 모두 낙하산 타고 온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어 내부 승진으로는 윗선까지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정·관계 인사가 내려오는 것을 보면 희망은 물론 의욕이나 욕심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직 구성원들의 의욕 상실은 업무 만족도를 떨어뜨려 부실한 성과로 이어진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앉으면 사익을 충족시키거나 정권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잘못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는 정권 성격과 관계없이 관행처럼 수십년 전부터 있어 왔기 때문에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부처나 정치권에서 내려오면 해당 분야의 인맥 및 경험이 넓어 조직 성장 및 업무 조율에 윤활유 역할을 해 도움이 된다"며 "아무리 낙하산 인사가 사회적인 비판을 받아도 이 같은 인사의 순기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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