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은행 건전성등급 왜 낮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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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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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0일 국내 은행들의 재무건전성 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최근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재무건전성이 나빠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등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자산이 늘어나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깔렸다.

은행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앞으로 개별 은행의 신용등급마저 낮아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경기침체 장기화때 건전성 악화 전망 반영
무디스는 이날 국민, 신한, 하나은행의 재무건전성(BCA:baseline credit assessment) 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낮추고, 우리은행의 BCA는 `A3'에서 'Baa2'로 내리는 등 국내 은행들의 재무건전성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2월 국내 은행들의 장기외화표시채권 등급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보다 높은 산업은행 등 8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A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무디스는 이번에 재무건전성을 하향 조정한 이유로 "현재 국내외 위기로 인해 한국 은행들의 신용도가 나빠질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크게 뒷걸음친 상태다.

국내 18개 은행들의 순이익은 작년 4분기 3천억 원 적자에서 올해 1분기 8천20억 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2분기에는 다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시중금리 하락 여파로 순이자마진(NIM) 역시 작년 동기 2.38%에서 1.91%로 0.47%포인트 축소되는 등 수익성도 악화됐다.

올 3월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47%로 작년 말보다 0.3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의 부실채권 잔액은 2007년 말 7조7천억 원에서 작년 말 14조7천억 원으로 불어난 뒤 올해 3월 말에는 19조3천억 원으로 늘었다.

무디스는 특히 올해 한국의 연간 경제 성장률이 -3∼-4%까지 내려갈 경우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률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2.32%로, 작년 3월 말보다 1.03%포인트나 치솟은 상태다.

◇은행들 "신용등급 떨어질라" 촉각
은행들은 무디스의 이번 등급 조정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길까 우려했다.

A은행 관계자는 "개별 은행의 재무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등급을 일률적으로 하향 조정했다"며 불만을 드러낸 뒤 "무디스와 접촉해서 은행의 정확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외화차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투자자들이 불안해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외화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체 신용등급이라서 이번 재무건전성 등급 변동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본 등급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은행들을 양호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C은행측 재무담당자는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전 경고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이번 무디스 평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D은행 관계자는 "이번 등급 조정은 국내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은행들의 NIM의 악화는 공통적인 현상인 데다 국내 은행들은 외국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디스 등의 신용평가사들이 자국의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그대로 두면서 우리나라 은행의 등급만 내리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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