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새 강자 '블랙록'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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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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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미국 대형 은행들이 잇달아 몰락하고 있는 사이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월가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랙록은 21년 전 뉴욕의 원룸 오피스에서 출발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바클레이스까지 인수하게 되면 블랙록의 운용자산은 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록은 특히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정부의 위기 해소 노력에 동참하면서 월가에서 급격히 세를 불렸다.

블랙록은 지난해 무너진 베어스턴스와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씨티그룹 등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자산 관리를 담당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구제할 때도 모기지 관련 평가 업무와 자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블랙록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금융 위기 해소 과정에 깊숙히 참여시켰다. 

하지만 블랙록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일각에서는 블랙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가 정부 자문 역할을 맡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찰스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블랙록은 FRB의 정책에 접근할 자격이 있고 전 세계 사람들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해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블랙록의 역할과 관련한 알랜 그레이슨 하원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블랙록은 연방정부와의 관계에서 얻은 어떤 정보에 대해서도 기밀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로런스 핑크 블랙록 회장은 "블랙록은 20여년간 갈등을 관리해왔으며 이것이 바로 많은 해외 기관들과 정부들이 우리를 고용하고 있는 이유"라면서 "우리는 모든 고객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 자산평가 사업부문인 블랙록솔루션이 블랙록 본연의 자산운용 사업부문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JP모건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블랙록에 자산 가치 평가를 의뢰했을 때 FRB는 다음날 블랙록에 JP모건이 인수를 원치 않는 부실자산 300억 달러에 대한 평가 및 점진적 매각을 맡긴 바 있다.

블랙록솔루션이 베어스턴스 부실자산 매각 시기를 블랙록 자산 관리자들에게 알리면 블랙록은 이득을 보고 정부와 납세자들은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회사 측은 직원들의 정보 교류를 차단하기 위해 블랙록솔루션과 블랙록 직원들을 각기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게 하고 서로 다른 통신망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납세자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코트 에이미 정부감시프로젝트(PGO) 이사는 "한 회사 내에서 제대로 통제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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