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R&D) 분야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 1분기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한 비용은 2402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3.98%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의 3.66%인 총 1조1766억원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지출했다. 2007년에 비해 0.18% 증가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에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됐던 타우 4.6ℓ 가솔린 엔진, 프리세이프 안전벨트(PSB), 차량 통합제어시스템(VSM), 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 TFT-LCD 클러스터 등 품질향상 관련 항목과 리튬폴리 전지의 LPI 하이브리드 모델 등 친환경 차량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썼다.
신제품 개발 및 공장 증설 등 설비투자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올해 795억원을 투자키로 한 데 이어 내년에는 169% 늘어난 214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설비투자액이 사용될 신차 개발 대상에는 준중형 승용차 및 준중형 MPV(다목적차량), 준대형 승용차와 중소형 크로스오버차량(CUV), 소형차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경기 불황일수록 현대차와 같이 연구개발(R&D) 비중을 대폭 높이는 것은 향후 경쟁력 확보와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율은 전년동기대비 38.4% 감소했지만,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2.7%에서 4.3%로 0.5% 증가했다. 전체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17.2% 감소한 서유럽에서도 현대차의 판매는 12.5% 증가하면서 시장점유율은 1.8%에서 2.4%도 상승했다.
전경련도 최근 'R&D 투자를 통한 불황극복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불황기일수록 연구개발 투자의 효과가 크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990년대 초 미국의 경기침체 당시 도요타와 혼다를 꼽았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1990년대 초 미국 경기침체에도 불구, 현지 시장에 진출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도요타는 미국 내 200명이던 연구소 인력을 1992년에 500명 까지 늘렸고, 혼다는 1995년에 미국시장의 전략 차종인 '오딧세이'를 개발·출시했다. 그 결과 이들 회사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크게 상승했다.
당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긴축경영을 펼치면서 연구개발 투자비중을 낮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계적인 불황기에 일부 기업들이 공격적인 연구개발투자 전략을 펼친 결과,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등 시장재편에 성공했다"며 "기업들이 좀 더 공격적이고 선제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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