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디포CEO, "GE의 경영혁신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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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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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가구·건축자재 소매업체인 홈디포의 프랭크 블레이크 최고경영자(CEO)

미국 최대 가구·건축자재 소매업체인 홈디포(Home Depot)는 미국 대표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을 쏙 빼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랭크 블레이크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전임자였던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CEO 역시 이른바 'GE맨' 출신이다.

이들이 20년간 GE를 이끌었던 잭 웰치의 경영 스타일을 홈디포에 그대로 적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잭웰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20년새 GE의 규모를 40배 가까이 키워냈다.

하지만 나델리와 블레이크의 경영 스타일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열매를 맺었다.

나델리는 지난 2000년 홈디포 CEO로 영입됐다. 그는 '리틀 잭'이라고 불릴 정도로 잭 웰치에 버금가는 경영 스타일과 수완을 가진 것으로 평가돼 홈디포 이사회는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독단적 리더십과 무차별적인 구조조정, 실적 악화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07년 결국 사임했다.

나델리에 이어 CEO 자리에 앉은 블레이크는 불황의 파고 속에서도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으로 월가를 놀라게 했다. 홈디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4% 급증한 5억1400만 달러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블레이크와 인터뷰를 갖고 홈디포가 경쟁사인 로우스를 누르고 업계 1위 자리를 재탈환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수평적 의사소통과 소매업체가 추구할 핵심가치인 고객 서비스 중심의 기업문화를 되찾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블레이크는 1990~2001년까지 10여년간 GE에서 근무하며 성장전략 및 인수합병(M&A) 부문 책임자를 지냈다. 이후 2002년 홈디포 부사장으로 취임했고 2007년부터 나델리의 후임으로 홈디포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블레이크는 소매유통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그가 홈디포의 CEO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는 "나델리의 후임자로 내가 뽑힐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며 "나는 홈디포에서 미지의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다만 나델리가 추진했던 구조조정이 실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홈디포가 필요로 하는 경영혁신이 무엇인지 짚어낼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잭 웰치가 강조했던 단순화를 통한 '선택과 집중'을 홈디포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나델리는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향상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블레이크는 홈디포의 핵심 가치가 고객과 서비스에 있다는 데 주목했다.

나델리는 10억 달러를 들여 고객이 물품 대금을 스스로 계산하는 셀프-체크 설비와 재고 관리 시스템 및 각종 데이터 베이스 등을 구축했다. 그는 이러한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수천명의 정규직을 해고했고 서비스 질을 떨어뜨렸다.

몸집 불리기에만 매진하던 나델리는 결국 경기침체로 궁지에 몰렸다. 가정에서 필요한 건설 자재를 구입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DIY(Do-It-Yourself) 제품을 찾던 고객들은 발길을 끊었고 주가는 반토막났다. 2006년 미 전역에 200개의 신규 매장을 개설했던 홈디포는 주택경기가 악화되기 시작한 2008년에는 20개의 매장을 신설하는 데 그쳤다. 또 실적이 좋지 못한 15개의 점포를 폐쇄했고 자금난으로 5억4700만 달러에 달하는 건설 투자금도 거둬들였다.

위기에 몰린 홈디포를 이끌게 된 블레이크는 당장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그는 건설, 하수, 목재, 배선 등 전문 분야 2년 이상 경험자를 판매사원으로 확보하고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경쟁사에 비해 높은 급여수준을 유지했다. 또 손실을 거듭하던 도매사업 부문을 매각해 85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 소매 부문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블레이크는 "주택경기 침체로 호황기의 GE식 사업 확장 모델보다는 기존 사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다"며 "홈디포처럼 소매업에 집중하는 기업의 경영원칙 및 전략은 도매업 위주의 GE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조직 구성원들과의 의사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홈디포를 이끌었던 나델리의 경영 방식은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를 바탕으로 한 GE식 '스피드 경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방적 의사소통 체계는 1979년 홈디포의 창립자들이 추구하던 개척자 정신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게 블레이크의 판단이다.

그는 직원들의 고객서비스나 실적을 평가하기 위해 개별 점포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애로사항이나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점포 방문 횟수를 늘렸다. 또 직원들과의 수평적 소통을 위한 노력으로 '이메일 건의함' 제도를 도입했다.

블레이크는 지금도 눈에 띄지 않도록 모자로 대머리를 감추고 미 전역에 있는 1900개 점포를 누비고 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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