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400포인트를 돌파하며 세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11주 연속 8조4000억원 규모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에 의한 영향이 크다. 외국인이 11주 연속 순매수한 것은 2004년 1월 이후 4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현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외국인이 장기적으로 수급을 개선하면서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외국인이 주도하는 수급 장세는 2003년에도 나타난 적이 있다. 당시 16주 연속 이어진 외국인 순매수를 원동력으로 시장은 상승반전에 성공했다. 상당 기간 차익매물을 극복하며 그 후 2007년까지 대세 상승이 이어질 수 있었다. 지금도 외국인 주도로 수급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현재 상승 추세는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제는 2001년 경우처럼 강한 매물대와 저항대를 극복하지 못 해 상승 추세가 조기에 마무리된 후 장기 박스권 횡보로 돌아서는 경우이다. 당시 한 차례 추가적인 대규모 조정이 나타난 뒤 연말에 가서야 다시 상승 랠리가 펼쳐칠 수 있었다. 즉, 지금부터 강한 상승 추세를 이어가지 못 한다면 되밀리는 장세가 될 것이므로 심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경기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자면, 2010년까지 W자형 경기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1차 반등이 2분기 초반부터 진행되고 있는데, 경기 반등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은 경기부양 효과다. 따라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들어서는 시점에선 정책 스탠스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너무 빠른 긴축전환은 장기불황을, 완화스탠스 지속은 물가 상승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증시는 하반기 상승 후 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데,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건전한 조정이 불가피하므로 완전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론 2분기 말에서 3분기까지 경기회복기가 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정에서 단기적인 진통을 잘 소화한다면, 이후 증시 흐름도 긍정적일 것이다. 5월 초에 발표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증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 하고 미봉책으로 끝난 아쉬움은 있지만, 계획대로 신속하게 부실자산처리가 이루어진다면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다. 물론 과거처럼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고용지표는 외형적으론 일단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 들어 처음으로 작년 4분기 이후 급락세에서 벗어났기 때문인데, 앞으로 고용은 '적당히' 부진한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내용이다. 구직단념자가 급증하고, '괜찮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주당취업시간 약세도 심화됐다. 이런 부분이 향후 내수경기 회복에 지속적으로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경기를 안정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는 경기부양으로 늘어난 일자리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결국은 안전자산(채권)에서 위험자산(주식)으로 자산배분 변화가 얼마나 더 빠른 속도로 지속되느냐에 따라 향후 증시는 판가름 날 것이다. 3월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상승 랠리는 세계적인 위험자산 선호에 따른 것이며, 달러 인덱스가 직전 저점을 하향 돌파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빨라졌다. 이는 상품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상승 추세가 추가로 지속될 가능성은 경기는 물론 다른 시그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국형 변동성 지표인 주가변동성지수(VKOSPI)는 전달 발표 이후 현재까지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변동성 밴드도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변동성이 하향 안정화 되고 있는 것이다. 변동성은 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질이 있는데, 현재까지 60일 동안 92%가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는 한 달 전 67%보다 훨씬 높아진 수치다. 이 덕분에 증시가 상당 기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 전재·배포 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