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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카드 부실…한 수 가르쳐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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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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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20일(현지시간) 오바마 행정부의 신용카드 규제 법안을 승인했다. 앞서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곧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내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 의회가 카드 규제 법안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급박한 사정 탓이다. 금융위기 충격이 다소 진정되면서 경기 회복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신용카드 대출 부실이 새로운 고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씨티은행과 웰스파고 등 주요 은행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이미 10%를 넘어섰다. 이는 4월 실업률(8.9%)을 웃도는 것으로 카드 연체율이 실업률을 추월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 정부로부터 자본 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은 19개 대형 은행의 경우 신용카드 부문 부실 규모가 내년 말까지 82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정부가 테스트를 통해 일부 은행에 요구한 자본 확충 규모(746억 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이른바 '신용카드 권리장전'으로 불리는 법안의 내용은 간단하다.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이를 위해 연체이자 및 수수료의 과도한 인상을 제한했고 카드발급 요건도 강화했다.

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소비자들은 특히 신용이 멀쩡한 데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강화된 규제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항공 마일리지 등의 혜택을 줄이거나 이자율이나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밌는 건 태평양 건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처한 상황은 지난 2003년 한국 사회를 휩쓴 카드대란 분위기와 너무도 흡사하다. 당시 국내 카드업계는 카드를 남발하고 사용 한도를 과도하게 높여주다 위기에 몰리자 한순간 한도를 줄이고 이자 및 수수료율을 높여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카드사들은 카드대란으로 홍역을 치르며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 건정성을 회복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에 한 수 전해 줄 처지는 아닌 것 같다. 수수료율과 더불어 연체율은 증가세에 있고 경품 이벤트와 같은 미끼를 이용한 호객행위 역시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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