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 지니계수 0.3대 수식상승 중 사회불안 증폭
고성장 기조로 일자리창출, 유동성 생산현장으로 유도 방안 절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척도인 지니계수가 지난해 0.325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빈부격차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말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올 한해 빈부격차가 더욱 확산될 조짐이어서 사회적 불안이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참여정부의 저성장 기조가 저소득층 소득분배를 악화시켰다며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확충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특히 811조원 가량의 시중 부동자금이 산업현장으로 흘러가게끔 기업에 대한 투자활로를 구축하는데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2004년부터 지니계수 수직상승…작년 0.325
21일 통계청,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가구(1인 및 농가제외, 시장소득 기준)의 지니계수는 0.325를 기록, 2007년의 0.324에 비해 0.001포인트 올라갔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로 한국은 현재 ‘상당히 불평등한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지니계수는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8년에 0.295로 급등(1997년 0.268)한데 이어 이듬해 0.303으로 마침내 0.3의 벽을 허물었다.
이후 2000년 0.286, 2001년 0.299, 2002년 0.298, 2003년 0.295로 다시 0.2대로 안정세를 찾는 듯 보였지만 카드대란이 발발한 직후인 2004년 0.301로 다시 0.3대로 높아졌다. 이어 부동산값 폭등, 비정규직 고용 증대에 따른 서민가계 소득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2005년 0.304, 2006년 0.313, 2007년 0.324, 2008년 0.325로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우 불평등한 사회’를 의미하는 지니계수 0.350을 조만간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소득분배 불평등은 97년 위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이란 정책적 실패로 증폭됐다”며 “우리 경제는 아직 지난 10년간의 양극화를 회복할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양극화 원인, 국민-참여정부의 ‘저성장 기조’
전문가들은 빈부격차 확대 원인을 이전 정부의 ‘저성장’기조에서 찾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떨어지면 즉각적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일자리가 시장에서 없어진다”며 “참여정부의 분배정책의 문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고소득층의 이익을 환수, 저소득층에 분배하는 저성장기조를 유지한데 있었다”고 지적했다. 양층간 소득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고성장을 유도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는 방법이 있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결국 저성장이 지속되자 일자리가 줄어들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고소득층보다 빨리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본부장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성장축의 지출을 줄이고 분배 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썼다”며 “이런 재분배 정책은 성장이 둔화되면서 일자리를 잃는 저소득층의 피해를 막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결방안, 경제회복 가속화 통한 일자리 창출뿐
그렇다면 날로 심화되는 소득분배 불평등을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라며 소외계층에 대한 재분배정책도 동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경기침체 극복의 가속화를 위해 무리한 단기부양책을 사용하는 등 ‘정책실패’를 반복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확대된 유동성이 실물경기로 옮겨가 경기회복을 가속화해 실질적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시장에서 밀려난 실업자에 대해 순소득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실업예산 확보규모도 현실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의 가속화를 추진하되, 한국의 사회안전망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권 실장은 “본질적으로 외환위기, 카드대란 등으로 탈락한 계층을 중간층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경제성장률을 높여주는 게 관건”이라며 “그렇다고 무리한 내수부양으로 정책적 실패를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임기 초반 IMF(국제통화기금)에 의한 통제로 원활한 경기회복에 실패하자 임기 말 신속한 내수부양을 위해 신용카드를 남발했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조 본부장은 “현재 8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며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기성 자금이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이나 투기적 요소로 흘러가는 것을 정부는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불어난 유동성이 생산현장으로 투입되도록 M&A(인수·합병) 투자펀드, R&D(연구·개발) 투자펀드, 녹새성장 펀드 같은 다양한 활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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