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민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상한 구의회 의원들의 의정비를 환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06년 주민소송제가 시행된 이후 법원이 주민 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첫 단추를 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앞으로 주민소송이 부조리한 행정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선 복잡한 절차 개선과 공익적 보상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지난 20일 서울 도봉·금천·양천구민 14명이 구의원들에게 과다하게 지급된 의정비를 돌려받으라며 각 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대해 각계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쾌거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주민참여를 통한 지방행정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민소송제를 도입했다. 주민소송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위법한 재무·회계행위를 할 경우 주민들이 해당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지자체의 장이나 공무원, 지방의원, 관급공사의 사업주 등이 잘못을 저질러 지자체에 손해를 끼치면 주민들은 소송을 낼 수 있으며 지자체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의 중지나 취소, 무효 확인을 해줄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이미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고, 부당하게 이득금을 챙긴 사람이 있을 땐 그 이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소송은 2006년 이후 10여건이 제기되는 데 그쳐 실효성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다. 그동안 주민소송이 10여건에 그쳤던 것은 감사청구를 거쳐 여러 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법원의 봐주기식 판결이 거듭되면서 소송결과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민소송 도입 이후 첫 판결이었던 서울 성북구의 경우 성북구민 박모씨 등 2명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쓴 구의원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했다. 충남 청양군도 군수의 업무추진비 위법지출로 2007년 소송이 제기됐는데 현재 3심 계류 중이다. 수원시 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 불법지급에 대한 주민소송도 2007년 이후 지금도 1심에서 계류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주민들도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민소송은 감사결과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하게 돼 있어 다른 자치단체의 소송이 계속해서 이어질지 지켜봐야하기 때문이다. 또 소송을 이겨도 원고 자신에게 이득되는 게 없어 정의감이 아니라면 재판 비용과 노력을 부담하면서까지 소송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도가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개선과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가령 미국 뉴욕의 경우 주민소송과 유사한 제도가 있는데 소송에서 이길 경우 환수된 예산을 일정부분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등 정의감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은 “주민소송은 자기 이득과 관계없이 공익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소송에 지게 되면 부담을 주민 자신이 해야하는 만큼 공익적 활동이라도 그것을 유인할만한 적절한 보상책과 복잡한 절차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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