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세…경기회복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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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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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TI 배럴당 62달러 돌파…6개월래 최고 폭등세 재연 가능성 경고 잇달아

경기 바닥 신호가 잦아지면서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1.94 달러(3.2%) 오른 배럴당 62.04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로 국제유가는 지난 2월 저점에서 70% 이상 급등했다.

   
 
최근 6개월간 국제유가 추이(단위:달러/배럴·출처:마켓워치)

이날 유가 급등의 원인은 재고 감소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원유 재고가 3억6850만 배럴로 일주일 새 211만 배럴 줄었다고 밝혔다. 150만 배럴이 감소할 것이라던 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마켓워치는 경기회복 신호에 대한 반응으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경기회복기의 원자재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원유 등 상품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이제 곧 자동차 및 항공기 운항이 절정에 이르는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고 원유 공급 차질을 빚는 허리케인시즌도 코 앞에 닥쳤다.

지정학적 불안 요인도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은 이날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세계 최대 산유국들이 밀집한 중동지역에 긴장감을 조성했다. 아프리카 최대 원유 수출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도 수급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급등세에 있는 국제유가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의 에너지 소비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개발이 쉬운 곳에 매장된 석유는 대부분 개발됐다는 이유를 들어 수년 내에 국제유가가 지난해와 같은 급등세를 연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제임스 해밀턴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교수도 이날 미 의회 증언에서 "지난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147달러까지 끌어올렸던 요인들이 재연될 수 있다"며 "이는 세계 경제 회복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유가 폭등의 배경이 됐던 생산 정체와 중국의 수요 급증이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경기침체로 에너지 개발 투자가 급감해 향후 3년 내에 유가가 급등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정유업체와 투자자들은 하루 2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1700억 달러 가량의 투자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또 하루 420만 배럴의 석유 생산과 맞먹는 규모의 투자가 최소한 18개월 이상 지연된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지연 또는 취소된 석유개발 프로젝트가 대부분 캐나다와 같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에 집중돼 있어 투자가 재개돼도 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수급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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