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경제 성장률과 실업률이 당초 전망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FRB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국채를 추가 매입해 신용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RB는 이날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미국 경제가 시장 기대만큼 회복세를 나타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FRB는 우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1.3~-0.5%에서 -2~-1.3%로 낮춰 잡았다.
또 올해 실업률은 1월 8.5~8.8%로 전망했으나 이번에는 9.2~9.6%로 높여 고용시장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8.9%로 연초 전망치 상한선보다 높았다.
내년 이후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FRB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 2~3%, 2011년에는 3.5~4.8% 성장할 것으로 점쳤다. 이 역시 1월 전망치를 밑도는 수치다.
실업률도 내년에 9.0~9.5%를 기록한 후 2011년에야 7.7~8.5%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1.5%, 내년에는 0.7~1.3%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9∼1.1%로 전망됐으며 내년에는 0.8~1.5%로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FRB는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올해 4분기부터 경기침체 양상이 완화되면서 생산활동과 기업의 매출이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양상을 보이자 FRB는 신용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1조7500억 달러를 들여 모기지와 국채를 매입할 방침이다.
FRB는 이미 올 가을까지 최대 3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기로 한 데 이어 연말까지 최대 1조2500억 달러 어치의 모기지유동화증권(MBS)과 2000억 달러어치의 기관 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FRB는 "FOMC 참석자들이 모기지와 국채 매입 규모를 더 늘리는 것이 경기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국채 추가 매입 계획이 알려지면서 미 국채 수익률은 일제히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반전, 전날 대비 6bp(1bp=0.01%포인트) 하락한 3.19%를 기록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미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FRB의 공격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이 실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낙관론도 폈다. 이들은 "지난 3월 이래 발표된 거시 경제지표에는 실물 경제의 위축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담겨 있다"며 "금융 여건 및 가계와 기업의 신뢰도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FRB는 올 하반기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상반기의 하락분을 만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RB는 "경제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5~6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경제가 정상화되더라도 일부 부문은 이전과 같은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FRB는 덧붙였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미국 경제가 일부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FRB와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오바마는 이날 백악관에서 폴 볼커 전 FRB 의장이 이끄는 신설 경제회복자문위원회와의 첫 회동을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 일부 부문에서 회복 기미가 보인다"며 "대체 에너지원 개발과 수출을 촉진시키는 것이 향후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회생의) 엔진이 다시 가동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핵심인 '언제부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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