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인정…大法 판결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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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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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77ㆍ여)씨 가족이 신촌 세브란스병원 운영자인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호흡기 제거를 명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음은 대법원이 밝힌 판결요지.
가. 다수의견
(1)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
○ 자기결정권 및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의료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강제진료를 받아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는 자유로이 의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민법 제689조 제1항), 의료계약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는 제공되는 진료행위의 내용 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나, 다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행위를 중단할 것인지 여부는 생명권 존중의 헌법이념과 사회상규에 비추어 극히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함.

○ 다만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만으로는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며, 이러한 단계에 이른 후에는 이미 의식의 회복가능성을 상실하여 더 이상 인격체로서의 활동을 기대할 수 없고 자연적으로는 이미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어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되므로, 이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임.

○ 이 경우에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러한 환자의 의사결정은 사전의료지시(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를 뜻함)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음.

○ 또한,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어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연명치료의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사회상규에 부합됨.

○ 사전의료지시는 진정한 자기결정권 행사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따라서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환자가 의료인으로부터 직접 충분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받은 후 그 의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고유한 가치관에 따라 진지하게 구체적인 진료행위에 관한 의사를 결정한 것이어야 하고, 이와 같은 의사결정 과정이 환자 자신이 직접 의료인을 상대방으로 하여 작성한 서면이나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의사결정 내용을 기재한 진료기록 등에 의하여 진료 중단 시점에서 명확하게 입증될 수 있어야 비로소 사전의료지시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음.

○ 또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함에 있어서는,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참고하여야 하고, 환자가 평소 일상생활을 통하여 가족, 친구 등에 대하여 한 의사표현, 타인에 대한 치료를 보고 환자가 보인 반응 등을 환자의 나이, 치료의 부작용, 환자가 고통을 겪을 가능성 등 객관적인 사정과 종합하여 환자가 현재의 신체상태에서 의학적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함.

○ 이러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에 부합되는 한 반드시 소송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그 치료중단이 허용되며, 다만 그 경우에도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전문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판단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함.

○ 원심이 연명치료 중단의 기준으로 삼은 사유는 위에서 살펴 본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리와 같은 취지이므로 정당함.

(2) 원고는 회복불가능한 사망단계의 진입한 것으로 평가됨
○ 환자의 추정적 의사에 의하여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는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주치의의 소견 뿐 아니라 위원회의 판단, 사실조회, 진료기록 감정 등에 나타난 다른 전문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함.

○ 원고에 대한 뇌 MRI 검사에서 뇌가 전반적으로 심한 위축을 보이고 대뇌피질의 요철이 단지 가느다란 띠 형상으로 보일 정도로 심하게 파괴되어 있으며 기저핵 시상(視床)의 구조가 보이지 아니하고 뇌간 및 소뇌도 심한 손상으로 위축되어 있는 사실, 원고의 담당 주치의는 원고에게 자발호흡은 없지만 뇌사상태는 아니며 지속적 식물인간상태로서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5% 미만이라는 견해를 피력하였고, 진료기록 감정의는 원고가 자발호흡이 없어 일반적인 식물인간상태보다 더 심각하여 뇌사상태에 가깝고 회복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고 있으며, 신체감정의들도 각 원고가 지속적 식물인간상태로서 회생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사실, 자발호흡이 없어 인공호흡기에 의하여 생명이 유지되는 상태인 사실을 각 인정한 후, 원고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다고 판단하였음
○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의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함

(3) 이 사건에서 원고의 치료중단 의사의 추정(推定)이 가능함
○ 원심은 원고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15년 전 교통사고로 팔에 상처가 남게 된 후부터는 이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여 여름에도 긴 팔 옷과 치마를 입고 다닐 정도로 항상 정갈한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였던 사실, 텔레비전을 통해 병석에 누워 간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저렇게까지 남에게 누를 끼치며 살고 싶지 않고 깨끗이 이생을 떠나고 싶다"라고 말하였던 사실, 3년 전 남편의 임종 당시 며칠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관절개술을 거부하고 그대로 임종을 맞게 하면서 "내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소생하기 힘들 때 호흡기는 끼우지 말라. 기계에 의하여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 등 일상생활에서의 대화 및 원고의 현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현재의 상황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았을 경우 원고에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였음
○ 원심의 이와 같은 조치는 위에서 본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의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환자 의사 추정에 관한 법리에 부합되는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음

나. 소수의견
(1) 원고의 상태 및 의사추정에 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
○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는 사망을 직접 초래하는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요건이므로 그 판단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실제로 그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환자를 계속적으로 진료하여 옴으로써 환자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얻은 자료에 의하여 가장 잘 알고 있을 담당 주치의의 의견이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함.
- 원고를 치료하여 온 피고의 담당의사가 극히 작은 가능성이기는 하지만 원고의 의식회복가능성이 5% 미만으로라도 남아 있고 원고의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그 기대여명이 적어도 4개월 이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의식회복가능성이 없다거나 원고가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하다 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원고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있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음.
○ 설령 원고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연명치료 중단을 구하는 원고의 `추정적 의사'가 있다고는 할 수 없음.
- 다수의견이 말하는 환자의 추정적 의사는 실질적으로 환자의 가정적 의사의 탐색에 불과하고, 이러한 가정적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으로서의 실질을 찾기 어렵고, 또한 다수의견이 참작한 사정만으로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원고의 추정적 내지 묵시적 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움.
- 나아가 연명치료의 중단은 반드시 환자의 자기결정권으로부터만 인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고, 비록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법질서 일반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도 있음.
- 즉, 연명치료의 계속이, 의료계약이 근거하는 민법 제681조(수임인의 선관의무(善管義務))의 위임의 본지(本旨)에 반하는 경우, 즉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침해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허용되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되는가의 판단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그 가족을 포함한 환자측 및 의료기관의 제반 사정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밖에 없음.
- 이 단계에서 연명치료의 중단 여부는 법질서 일반의 관점에서 행하여지는 당해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이익형량 내지 가치평가의 문제로서, 환자 자신의 이익을 후견적인 입장에서 관철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사전치료지시 등을 통한 환자의 자기결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질서 일반의 관점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면 절차적인 요건으로서 가족이나 의료기관 등 이해관계인은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함(이 사건과 같이 특별대리인이 환자를 대리하여 연명치료의 중단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원의 허가를 구하는 내용이 당연히 포함됨)

(2)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에 대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반대의견
○ 생명에 직결되는 의료에 있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소극적으로 그 진료 내지 치료를 거부하는 방법으로는 행사될 수 있어도 이미 환자의 신체에 삽입, 장착되어 있는 인공호흡기 등의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같이 적극적인 방법으로 행사되는 것은 환자의 현재 상태에 인위적인 변경을 가하여 사망을 초래하거나 사망시간을 앞당기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함
○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생명유지장치가 삽입, 장착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비교적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측, 판단되는 돌이킬 수 없는 사망의 과정에 진입하였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함
○ 이 사건에서 원고의 뇌가 비록 전반적으로 심한 위축을 보이고 뇌간 및 소뇌도 심한 손상으로 위축되어 있으나, 아직 뇌사 상태에는 이르지 아니한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라는 점에 대하여는 담당 주치의와 감정의의 의견이 일치되어 있고, 다수의견도 인정하는 터임. 그리고, 앞서의 다른 반대의견에서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소제기 당시 및 제1심 변론종결 당시 원고의 기대여명은 1년 내지 2년이라는 것이었고, 현재에 있어서도 적어도 4개월 이상이라는 것이므로, 원고를 가리켜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의미에서의 이른바 돌이킬 수 없는 사망의 과정에 진입하였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음

(3) 연명치료 중단의 법적 판단절차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의 별개의견
○ 다수의견의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 제시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요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허용기준의 충족 여부의 사후판단에 의하여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은 엄존함
○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실효성 있는 법적 절차에 의하여 신중하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내려지게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라는 중대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유효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음
○ 환자의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환자는 법적으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로 보아야 할 것이고, 민법상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금치산을 선고할 수 있으며(민법 제12조), 금치산이 선고된 경우에는 그 후견인은 금치산자의 법정대리인이 되며, 금치산자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금치산자의 요양, 감호에 관하여 일상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함(민법 제947조 제1항)
○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민사본안절차에 의하여 그 허용여부를 판단받는 것과 별도로 민법 제947조 제2항("후견인이 금치산자를 사택에 감금하거나 정신병원 기타 다른 장소에 감금치료함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후견인은 의료인에게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금치산자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인지 여부에 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는 절차도 가능하다고 봄 』 <자료: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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