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57개 나라 가운데 27위로 나타났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경쟁력 연감' 조사 결과다.
지난해에 비해 4단계 상승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점으로는 3위에 오른 '과학인프라'와 12위의 '고용' 등이 꼽혔다.
그러나 자만하거나 낙관하기에 우리가 갈 길은 요원하다. 세계 14위의 경제력에 걸맞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권 국가들 중 일찍부터 수위권을 달려온 홍콩(2위), 싱가포르(3위)는 물론 중국(20위), 대만(23위)보다도 한참 뒤진다. 또 2004년 이후 지금까지 27위에서 32위 사이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다.
아울러 조사 대상 항목 113개 가운데 중간 순위를 맴돌거나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부문이 적지 않다. 외국인투자(54위), 물가(52위), 기업관련 법규(48위), 사회적 인프라(51위)도 상대적으로 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의 노사관계 생산성은 57개국 중 56위로 나타났다. 우리의 노사관계 생산성은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56위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이는 조사대상국이 2개 늘어난 덕분임을 감안하면 그게 그거다.
또 국내에 거주하는 국내외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노사관계가 생산적일 경우 6점, 그러지 않을 경우는 1점을 줬다. 국내에서 기업하는 국내외 기업인들이 노사관계를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서 노동 부문이 국가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결정적 걸림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여기에 '대학교육의 사회기여도'도 51위를 기록해 교육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수' 등도 약점으로 꼽혔다.
IMD가 우리나라의 주요 도전과제로 꼽은 '잡셰어링을 통한 고용창출 및 유지'는 하위권을 기록한 교육부문, 특히 '대학교육의 사회기여도'가 강화될 때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IMD가 공공재정운영 등 미래지향적인 20개 항목을 따로 뽑아 위기 극복 능력을 측정한 '국가경쟁력 스트레스 테스트' 에서는 29위에 올라 IMD가 '안정적 국가'로 평가한 30위권 안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이는 위기의 근원지인 미국(28위)보다 한 계단 낮고, 싱가포르(2위)·홍콩(5위)·말레이시아(10위)·중국(18위)은 물론 지난달 정정불안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던 태국(19위)보다도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 중 한국보다 위기 극복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 국가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뿐이었다.
국가경쟁력 스트레스 테스트란 2008년 하반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해 단기간에 국가경쟁력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 것으로 올해 처음 발표됐다.
한국의 위기 극복 능력 순위가 낮게 나온 주요 요인으로 IMD는 감세와 적자재정으로 인해 공공재정 부실 가능성이 크고, 기업 이사회의 경영감시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들었다.
물론 이 같은 순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국가경쟁력 순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국제적 기관의 경쟁력 순위 발표는 대외적인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업과 정부는 평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끊임없이 혁신을 도모해 왔다. 하지만 시끄러운 구호와 명칭 변경·조직 신설로만 저절로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천적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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