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갈 길이 먼 지금, 총파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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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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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고요하고 따쓰한 햇살아래 활기찬 주말을 보내려던 국민들의 마음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온 나라를 충격속에 빠뜨리고 슬픔에 잠기게 했다. 한 국가의 전직 대통령 자살 소식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실로 믿을수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등 전국 14곳에서 ‘고 박종태 열사 정신 계승과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어 특수고용직의 노동자 인정과 대한통운에서 계약해지된 택배기사들의 전원 재계약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국에서 1만명이 참가한 결의대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찰과 큰 충돌 없이 끝났다. 또한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어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6일 화물연대의 대전 도심 시위 이후 노동계가 하투(夏鬪)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도심에서의 파업을 원천봉쇄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노동계가 전국 단위로 잇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발끈하고 있다.

모두 15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금속노조는 지난 20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에 조정신청을 냈다. 민주노총 산하 대형 노조인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도 27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건설노조는 타워크레인 덤프, 레미콘 등 조합원만 2만5000명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130곳이 참여한 금속노조도 27일부터 사흘간 총파업 여부를 위한 투표에 들어간다. 사용자 측의 불참으로 상견례조차 열지 못한 플랜트건설 노조도 임단투 일정을 확정했다. 내달 1일 쟁의대책위원회(이하 쟁대위) 체제 전환, 10일 부산지방노동위 조정신청, 20일∼25일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갈 계획이다.

갈수록 노사 대결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긴축경영을 하며 간신히 연명하는 사이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겨우 위기를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경제회생의 두 축인 기업과 노조가 대화의 테이블이 아닌 길바닥에서 멱살잡이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 하는 모양새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토끼몰이식 시위 진압방법도 그렇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조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에 다름 아니다.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려면 스스로가 먼저 지켜야 한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게 된다는 이치를 모르는 것 같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측과 노조의 명분을 존중하고 중재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자리가 놓이는 것이다. 한 쪽을 편들거나 억누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노조도 무조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갈 일이 아니다. 회사의 존재가 노조의 존재로 이어진다. 회사가 없다면 노조도 무의미해 진다. 생존권이 위태로워지는 지경이라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다지만, 무조건적인 파업은 외려 국민 반감만 살 뿐이다. 대화의 가능성을 늘 열어둬야 한다.

사측 역시 노동자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들의 피와 땀이 없다면 영속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어느 곳에도 없다. 유연한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해 양해를 구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글로벌 경제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정상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 따르면 국가경영능력을 감안한 우리 경제의 위기탈출 능력은 57개 나라 중 29위에 그쳤다. 경쟁국가인 싱가포르보다 뒤지고, 카타르·말레이시아보다도 낮다.

매번 반복되는 하투로 인해 국가적 손해도 보고 있다. 수출 10위권인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하위권을 면피 못하고 있다. IMD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노사관계 생산성은 57개국 중 56위로 나타났다. 꼴찌나 다름없다.

자칫 파업이 장기화하고 광범위하게 퍼질 경우 국가 신인도 하락을 부르고, 경제 위기 극복에도 장애가 될 것이다. 노동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파업이라면, 충분한 대화를 거친 후 해도 늦지 않다. 결국 서로의 양보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무리한 요구만 반복할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이해당사자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국장 이상준 bm21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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