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정치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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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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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자살했다. 국내에서 전·현직 정치지도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해외에서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형태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비운의 정치인은 위르겐 묄레만 전 독일 부총리가 꼽힌다.

지난 2003년 스카이다이빙 중 추락사한 뮐레만 전 부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망 한 시간 전까지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또 하원으로부터는 면책특권 박탈 처분을 받았다.

평소 스카이다이빙광으로 알려졌던 그는 압수수색 직후에도 해발 4000m 지역에서 다이빙을 시도했다.

당시 뮐레만 전 부총리는 주낙하산이 정상적으로 펴졌음에도 몸에서 이탈시켰으며 보조낙하산도 펴지 않은 채 그대로 추락했다고 한다. 

피에르 베레고부아 전 프랑스 총리도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가난한 노동자 출신임에도 재무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올랐던 베레고부아 전 총리는 고(故) 프랑수와 미테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했다.

청렴한 정치인으로 신망이 높았으나 93년 총선 전 기업인으로부터 무이자로 100만 프랑을 빌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도덕성을 의심받게 됐다.

당시 그는 빌린 돈을 합법적으로 신고했고 기일 전에 돈을 다 갚았다고 주장했으나 갈수록 냉랭해지는 여론에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그는 자신이 이끌었던 사회당이 총선에서 참패하자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5주만인 5월 1일 자살했다.

근대 사례로는 2차 세계대전의 주범이었던 독일 나치당 당수 히틀러와 그의 후계자이자 독일공군 원수였던 괴링이 대표적이다.

세계대공황 직후인 1934년 실업자 감소를 내세우며 독일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그는 한때 폴란드와 프랑스를 점령하며 막대한 세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연합군 공세에 점차 밀리면서 패배에 이르렀고 결국 베를린 총통 관저 지하실에서 부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음독자살했다.

나치의 비밀경찰 ‘게슈타포’를 조직, 히틀러 밑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괴링은 독일 패전 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끝까지 군국주의의 정당성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처형을 하루 앞둔 1946년 10월 15일 밤, 히틀러친위대의 소지품인 자살용 독약을 이용해 자살했다.  

이밖에 권력정점에 있다 결국 자살을 선택한 정치지도자들의 사례로 중국 명(明)시대 숭정황제, 고대 로마제국 집정관을 지낸 카토,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 등을 꼽는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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