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권력 집중이 비극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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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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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 전 대통령 서거 외신 반응

세계 각국 언론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4일에도 김해 봉하마을과 서울 덕수궁 앞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의 분위기를 전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일본 주요 신문들은 이날 조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그의 비극은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한국의 정치시스템과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모든 권력을 청와대로 끌어 모으기 때문에 대통령은 물론 가족과 주변인들이 금전 스캔들에 휘말리기 쉽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한국 정치문화의 소산"이라면서 "대통령이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는 만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세력이 지연, 혈연 등을 이용해 접근해 돈 공세를 펴는 추태가 역대 정권에서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청렴결백을 표방한 좌파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이런 문화를 시정하는 것은 이제 이명박 정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노 전 대통령 주변에서 드러난 불법자금 수수 의혹은 청와대를 둘러싼 경제 이권 암부(暗部)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증명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의 죽음은 그의 이상과 현실의 격차가 얼마나 컸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날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비교적 담담하게 다뤘던 서방 언론들도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삶과 인생 역정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정말 부패한 사람들은 부패와 함께 살아갈 수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된 일을 했다는 사실과 타협할 수 없는 개혁운동가였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역대 대통령들의 수난사를 설명하며 정치 일생을 부패와 맞서온 노 전 대통령이 굴욕보다는 명예를 택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노 전 대통령을 '절망에 압도 당한 전(前) 지도자'로 칭하고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걸었던 길을 거부한 노 전 대통령은 깨끗한 정치인으로 명망이 높았던 만큼 부패 혐의는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BBC방송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진보진영에 대한 동정론을 확산시켜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봉하마을 주민들이 이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훼손하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조문을 막아서는 등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정치적 후폭풍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뒤늦게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논평없이 짤막하게 보도했다. 방송은 "전 남조선 대통령 노무현이 5월 23일 오전에 사망했다고 한다"며 "내외신들은 그의 사망동기를 검찰의 압박수사에 의한 심리적 부담과 연관시켜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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