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내내 '개혁대상'..한미 FTA 호평
정부와 재벌간 관계가 역대 정권 중 참여정부에서 가장 불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일성에서부터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재벌을 '개혁 대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과정에서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라고 했던 그는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재벌·금융정책의 대표적인 개혁정책으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재정경제부를 통해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 방지 로드맵'을 잇따라 내놓으며 재벌 개혁의 칼날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건 대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소유지배 구조 개선이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가 기업을 억누르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참여정부는 지배구조 개선을 먼저 요구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경제단체들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평양을 방문할 때는 재계 대표격인 전경련과 대한상의 회장이 대통령 수행원 명단에서 빠지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정부 눈치만 살피며 복지부동으로 일관했다.
당시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참여정부가 기업인과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그동안 기업들이 국부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왔음에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채 천덕꾸러기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돈 안 드는 깨끗한 정치를 강조한 것은 재벌의 불법 선거자금 제공 철퇴로 이어졌다. 물론 이런 정책은 결과적으로 정경유착 고리를 약화시키면서 재계로선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갖다 바쳐야 했던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데서 환영을 받았다.
2004년 17대 총선은 역대 총선 중 가장 깨끗했던 선거로 평가받았고, 선거 때마다 '선거자금 요청'에 시달리지 않으려 해외출장을 떠났던 재계 총수들은 참여정부 기간에는 비교적 편안히 국내에 머무를 수 있었다.
노 전 대통령 당시 스스로 도덕적인 정부를 제1 가치로 제시하고 기업인과 권력 간 줄대기를 엄격히 제한했으며, 대기업 총수들과 일대일 독대도 하지 않았고 불가피하게 만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참모들을 배석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업자금 수수의 고질적 비리 관행의 근절을 끊고야 말겠다던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본인도 결국 그 깊은 늪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생애를 마쳐야 했다.
참여정부가 늘 재계와 대립했던 것은 아니었다.
성장보다 분배 우선이 원칙이었지만 "경제를 살리고 봐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자 2005년에는 특별사면.복권에 경제인을 대거 포함시키며 화해 무드를 조성했고, 2006년 11월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재벌 개혁의 상징이던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순환출자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거의 유일하게 재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공적도 있다. 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추진, 체결한 것이다. 안광석 기자 nc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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