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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행운 이끌어낸 '1%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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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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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크 아펠 도이치포스트-DHL CEO

   
 
프랑크 아펠 CEO
독일 최대 우편 및 화물 배송업체인 도이치포스트-DHL의 프랑크 아펠 최고경영자(CEO)는 스스로가 인정하는 '럭키 가이(lucky guy)'다.

지난해 9월 아펠은 당시 자회사이던 포스트방크를 도이체방크에 매각했다.

매각 사흘째 되던 날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사가 무너졌고 전 세계는 금융위기 충격에 휩싸였다. 독일 최대 소매은행으로 이름을 떨치던 포스트방크의 자산가치도 곤두박질쳤다.

재무 상태가 비교적 건전한 것으로 알려졌던 도이체방크도 포스트방크 인수로 곤욕을 치렀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4분기 48억 유로의 손실을 내고 직전 분기에 거둔 흑자를 모두 까먹었다. 손실액은 2차 대전 이후 50년만에 최대 규모였고 도이체방크는 독일 정부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 지난해 2월부터 회사를 이끌기 시작한 아펠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피하며 첫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그는 "비즈니스에 있어 수행 능력은 성공의 필수조건이지만 때론 운도 따라야 한다"며 "포스프방크의 매각은 운과 타이밍이 딱맞아 떨어진 결과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아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이치포스트-DHL이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운 때문만은 아니었다며 아펠이 성공의 99%를 차지하는 행운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1% 리더십의 비결을 소개했다.

아펠은 흔히 말하는 '엘리트 경영자' 코스를 밟지 않았다.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31세까지 화학과 신경과학 연구에 몰두했다. 그런 그가 경영에 눈 뜨게 된 건 1993년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아펠은 맥킨지에서 기업 경영에 뛰어난 역량을 보였고 2000년 도이치포스트의 경영 임원으로 전격 발탁돼 CEO 자리까지 올랐다.

아펠은 자신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전임자였던 클라우스 줌빈켈을 꼽았다. 18년간 도이치포스트를 이끈 줌빈켈은 1995년 적자에 허덕이던 도이치포스트를 민영화해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 DHL과 같은 대형 글로벌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해 도이치포스트를 세계화시키는 데도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하지만 줌빈켈은 결국 개인 탈세 혐의로 불명예 퇴임했고 그의 자리를 아펠이 물려받았다. 아펠은 전임자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꺼리면서도 "한 자리에 안주하면 개혁을 실천하기 힘들다"며 "변화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줌빈켈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용경색으로 미국 내 수요가 급감하자 DHL의 미국 사업부의 손실 규모도 전년 13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늘었다. 그나마 손실폭이 작은 것은 아펠이 경기후퇴 조짐을 누구보다 빨리 포착하고 발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내 DHL익스프레스 서비스지점을 폐쇄하고 9500명을 감원했다. 특히 손실 규모가 커져가던 항공 화물운송서비스를 중단하고 국제운송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도이치포스트는 올 1분기에 10억 유로의 순이익을 내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아펠의 개혁의지는 그가 세운 '2015전략'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사향산업인 우편사업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재조직하기 위해 노조와의 협상에 나서는 것은 물론 중간 간부의 역량을 배가시키겠다는 게 이 전략의 핵심이다.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도이치포스트가 필요로 하는 것은 대단위 구조조정이나 대형 M&A를 통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업 내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기업의 향후 비전을 제시하고 이들이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동기를 고취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펠은 직원들의 자발적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존중과 결과', '서비스의 단순화' 등의 원칙을 세웠다. 또 목표를 제시하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권한은 팀별로 부여하는 방식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도입다. 아울러 눈에 띄는 실적이나 차별화된 영업 전략을 제시하는 경우 가산점을 주는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다.

아펠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의사소통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분야에 만능인 CEO는 없다"며 "기업의 의사결정권을 독점하기보다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구성원들로부터 나온 의견을 수용해 신속한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펠은 지도자는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실수도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하며 실수를 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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